[특별기고-박원순] 100세 시대의 기초체력 키우기

입력 2016-05-18 19:51

유엔이 2009년 발표한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서는 국가가 31개나 될 것이라고 한다. 인류의 평균 수명이 100세에 도달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가 멀지 않았다. 60세는 아직 젊고, 70세는 할 일이 아직 남았고, 80세는 아직 쓸 만하고…. ‘100세 인생’이란 노래가 폭발적 인기를 끈 것도 가사가 불러일으킨 공감대 덕일 것이다.

이에 발맞춰 교육 복지 등 각 분야에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체육(sports)은 100세 시대의 기초체력을 키워줄 핵심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체육이 엘리트 스포츠인의 전유물처럼 인식돼 왔다면 이제는 시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생활체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건강한 삶’이라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 강조된다. 생활체육은 건강하게 살아갈 시민의 당연한 권리를 지켜주는 보편적 복지이자 의료비 등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대표적인 예방 행정이며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안전 행정이다.

우선 시민 개개인의 생활체육 활동이 늘면 어르신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지고, 이는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 국가로 많은 어르신들이 소외감과 싸우다 자살을 선택하는 우리 현실을 풀어나갈 좋은 해법 중 하나가 생활체육일 수 있다. 계층 차별 없이 누구나 즐기는 가운데 세대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공공 분야 체육 지도자 같은 스포츠 일자리는 늘어난다. 사회적 비용으로 보면 절대적으로 플러스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생활체육 확대 정책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의 체육활동 참여율은 여전히 반 토막 상태다. 서울시민만 하더라도 주 1회 30분 이상 운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53%에 불과하다. 스웨덴 94%, 호주 82%, 우리와 가까운 일본이 74.5%를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체육활동을 할 여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어르신 가구나 1인 가구, 다문화 가구의 상황은 더욱 취약하다.

생활체육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자 행복 기제로 작동하려면 낮은 체육활동 참여율의 이유를 시민 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 오히려 숨 가쁜 일상, 육체적 한계, 경제적 부족과 같은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일상의 일부분처럼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갖춰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16년 만에 서울시에서 막을 올리는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은 생활체육의 전 국민적 붐을 몰고 올 결정적 촉매다. 더불어 이번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된 이후 펼쳐지는 첫 시험대로, 우리 사회의 스포츠 경쟁력을 가늠하고 풀뿌리 체육의 가치와 혜택을 전 국민이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생활체육 동호인 중 우수한 사람은 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엘리트 선수로 키우고, 은퇴한 엘리트 체육인들은 본인의 스포츠 재능을 일반 국민과 생활체육인들에게 전수해 풀뿌리 체육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등 생활체육의 활력을 엘리트 체육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현재까지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세 번을 제외하고는 종합순위 10위 내의 우수한 성적을 거둔 스포츠 강국이다. 이제 우리가 갖고 있는 스포츠 잠재력을 생활체육의 붐으로 이어갈 차례다. 오는 2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2016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이 100세 시대의 건강을 책임지고, 대한민국 체육계가 함께 위대한 도약을 시작하는 출발선이 되도록 서울시도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서울시체육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