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돈 가져와라”… 정운호 ‘횡령’도 꼬리 잡혔다

입력 2016-05-18 04:00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부하 직원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 사금고를 열듯 회삿돈 18억원가량을 꺼내 쓴 정황이 포착됐다. 정 대표의 다양한 로비 의혹과 네이처리퍼블릭 자금의 연관성을 추적해온 검찰은 조만간 정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정 대표가 지난해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대여한 17억9200만원에 대해 횡령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국민일보 5월 9일자 11면 참조).

횡령 범죄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가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는다. 정 대표는 지난해 1월 2일 최대주주 신용공여 형식으로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17억9200만원을 빌렸고, 40여일 뒤인 2월 13일 상환을 완료했다고 투자자들에게 공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거래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 검찰은 정 대표가 부하 직원에게 “돈이 필요하니 가져오라”는 식의 지시를 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후에 돈을 채워 넣었다고 하더라도 횡령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부산에 있는 Y사 등 네이처리퍼블릭 납품업체와 대리점, 직영점 관리업체 등 5, 6곳을 압수수색했다. 정 대표가 납품단가나 매장 임대료 등을 실제보다 부풀려 계약한 뒤 차액을 되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정 대표가 꺼낸 대여금·가지급금이 석방 및 사업청탁 로비, 원정도박에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가 다음달 5일 출소하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주 중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 대표 역시 최근 접견을 온 지인들에게 “여기서 2∼3년은 더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회삿돈 유용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원정도박 수사 과정에서는 선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경영비리가 아닌 기업인 개인의 일탈 수사로 한정해서 진행했다. 정 대표 이외에도 맹모(88) 수도권 골프장 회장, 문모(57) 해운업체 대표 등 기업인 10여명에 대한 수사가 동시에 진행됐지만 압수수색이 이뤄진 기업은 없었다.

특수1부가 횡령 혐의를 본격 수사하면서 검찰과 정 대표 사이의 악연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정 대표는 ‘해피존’ 사업을 동업한 유명 로비스트 심모(62)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런데 법정에서 정 대표가 검찰에서의 진술을 완전히 번복하는 바람에 심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곤경에 처했던 검찰은 지난해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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