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자 3000여명, 북핵 포기·평화 통일 위해 기도

입력 2016-05-18 18:00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후원회 주최 ‘평화통일을 위한 구국기도회 및 한국교회 원로·은퇴 목회자 체육대회’가 지난 달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국민일보DB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오후에는 체육대회에 참석해 실컷 웃고 즐겼어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모처럼 은퇴·원로목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난 달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평화통일을 위한 구국기도회 및 한국교회 원로·은퇴 목회자 체육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은퇴·원로목사 30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기독교 130년 역사상 가장 많이 참석한 은퇴·원로목사 단일 행사였다.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후원회(한기원목·이사장 임원순 목사, 총재 한인수 감독) 주최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은퇴·원로목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경로효친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구국기도회는 행사 준비위원장 김진옥 목사의 사회로 드려졌다. ‘나라와 민족’ ‘북핵 포기와 평화통일’ 등을 위해 기도할 때는 통성 기도가 울려 퍼졌다.

주찬양선교단 최덕신 전도사와 옹기장이가 원로·은퇴목사들이 즐겨 불렀던 찬양으로 무대를 꾸몄다. 특히 최 전도사는 은퇴·원로목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 의미를 담은 자작곡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기도회 도중에 은퇴·원로목사들은 헨델의 메라토리오(오페라처럼 만들어진 교회음악) ‘메시아’ 중 ‘할렐루야’를 모두 기립해 불러 감격을 더했다. 한국교회 은퇴·원로목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7개 항목의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한기원목 명예총재 피종진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 “평화통일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함께 기도하는 것”이라며 “오늘 이 시간 원로·은퇴목사와 함께 기도할 수 있어 감사하다. 지팡이를 결코 손에서 놓지 않았던 모세처럼 우리 원로·은퇴목사님들도 하나님 앞에 서시는 그날까지 손에서 지팡이를 놓지 말고 120세까지 장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를 한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바라기는 원로목회자체육대회를 통해 목사님들께서 마음에 있는 그 열정을 실천할 체력까지 기르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원로목사님들이 체육대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서로 화복하고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전한 한기원목 이사장 임원순 목사는 “많은 은퇴·원로목사님들께서 고령으로 사역 일선에서 물러나신 후 급속도로 체력이 저하되는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며 “오늘 하나님의 큰 역사가 일어나고, 구국기도회와 체육대회를 통해 건강을 증진하며 하나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기원목 총재 한은수 감독은 개회사에서 “은퇴·원로목사님들이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관리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오늘 행사가 체력증진과 회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행사 준비위원장 김진옥 목사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이 나라와 민족에 평화통일이 속히 오길 소망한다”며 “오늘 모이신 모든 은퇴·원로목사님들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한기원목 대표회장 이주태 장로는 “은퇴·원로목사님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면 이 나라와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대회는 청·백팀으로 나눠 진행됐다. 그라운드 골프와 공다트, 숟가락 계주, 공굴리기, 미니 볼링, 투호, 바구니에 공넣기 등 은퇴·원로목사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실내경기가 펼쳐졌다. 종목별로 승리팀에게는 다채로운 상품이 전달됐다.

은퇴·원로목사들은 게임과 경기에 참가하면서 모처럼 팔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몇몇 사람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바구니에 넣을 공이 엉뚱한 곳으로 빠졌다. 그라운드 골프 경기에서도 목표 지점을 벗어나자 아쉬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투호게임에서 정확히 화살이 병 속에 들어갔을 때, 카드 뒤집기에 성공했을 때, 미니 볼링게임에서 목표물들이 차례로 쓰러질 때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상식도 진행됐다. 한기원목은 문세광 김형대 목사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감사패를,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과 이경은 목사, 방송인 이상용씨에 사회공헌대상을 시상했다. 또 가수 윤항기 목사와 탤런트 임동진 목사와 한인수 장로, 정인숙 권사, 찬양사역자 최덕신 전도사, 트레이너 정주호 집사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사단법인 평화복지재단에 미혼모를 위한 성금을 전달했다.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은 영상축사를 통해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도 원로목회자님들의 지혜와 경험, 그리고 기도가 꼭 필요한 시기”라며 “원로목회자 여러분, 위기에 처한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 국회의장은 “오늘 행사를 통해 우리 한국교회와 원로목회자들이 먼저 하나가 되고 아무쪼록 금번 행사가 올 한해 나라와 사회의 갈등 치유와 남북 화합의 물꼬를 터가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