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총집결한 야권, 호남 민심 앞에 몸 낮추기 경쟁

입력 2016-05-17 18:25 수정 2016-05-18 00:30
각계 인사들이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전야제에서 주먹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주승용 의원, 안철수 공동대표, 한 사람 건너 박지원 원내대표, 장병완 의원. 광주=윤성호 기자

야권이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기를 앞두고 광주에 총집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말 분당 사태 이후 처음이다. 더민주는 흩어진 호남 민심을 복원해야 하며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의 압도적 지지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호남 민심의 향방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그러나 두 당 모두 끝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야권의 ‘텃밭’을 찾게 돼 몸을 낮추는 모습도 보였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 원내 지도부 등 당선자 50여명은 17일 5·18민중항쟁 전야제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 이들은 남구 광주공원에서 시작된 민주대행진에 참여해 전야제가 열리는 동구 민주광장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이들은 18일 국립5·18민주묘역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도 참석한다. 이 행사는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정부 공식 행사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건강상 이유로 기념식부터 참석하기로 했다.

더민주 당선인들은 지난 12∼13일 치러진 광주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한 지 5일 만에 다시 광주 땅을 밟았다. 당 관계자는 “호남 민심을 복원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이 당내에 가득하다”며 “계속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당선인 대다수가 1박2일로 광주를 찾았다. 이들은 민주대행진과 전야제 행사에 이어 18일 기념식에 함께 참석한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광주 방문에 앞서 전북 전주를 방문해 민심 잡기에 나섰다. “광주·전남 지역만 챙겨서는 안 된다”는 전북 지역 당선인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전주에서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면담을 가진 뒤 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 민생정책 간담회도 개최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언론인 간담회에서 “탄소법 국회 통과, 새만금사업 조기 완공,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원활한 이전 등 전북의 현안 해결에 국민의당이 중심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 가는 길에 전북 들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안 대표 등 지도부는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국민의당은 공식 행사 ‘보이콧’까지 예고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행진곡 문제가 기념식 제창으로 결론나지 않을 경우) 공식 기념식에는 지도부가 참석하고 광주의원들은 광주시민들이 하는 행사에 참석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두 야당은 민주대행진 행진 순서와 의전 서열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더민주보다 앞쪽에서 행진한 것과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안 대표와 같은 줄에 서도록 배정된 점이 문제였다. 더민주 측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행사에 늦게 와놓고 앞에 끼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에선 “현직 대표가 아닌 문 전 대표가 안 대표와 함께 서는 것은 의전에 맞지 않다”고 주최 측에 따졌다고 했다.

야권 잠룡들은 앞 다투어 광주를 방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광주를 찾은데 이어 더민주 문 전 대표는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다. 그는 전날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하루 머문 뒤 이날 광주로 이동해 전야제에 참석했다. 18일 기념식에도 방문할 예정이다.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18일 광주를 방문해 민주묘역을 참배한다.

광주=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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