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물차도 전기차 대열에… 친환경차 시장 ‘빅뱅’ 예고

입력 2016-05-18 04:02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디젤자동차 퇴출 움직임이 친환경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차 중에서는 전기차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를 태우며 달리는 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자 글로벌자동차 업계는 앞다퉈 전기차의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화물차, 스포츠카도 전기차 대열에 합류=르노삼성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주행거리 250㎞가 넘는 1t 전기상용차를 개발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최고속도가 시속 110㎞ 이상 나오는 화물전기차를 3∼4년 내에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특유의 강한 엔진소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슈퍼카들도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맥라렌은 2022년까지 자사 모델의 절반 정도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포르쉐는 지난해 순수 전기차 모델을 콘셉트카 형식으로 소개했다.

지난해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폭스바겐은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 CEO는 지난달 독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20년까지 전기차 새 모델 20대를 선보임으로써 전기차를 폭스바겐의 새로운 특징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순수 전기차는 한 번 충전 후 주행거리가 짧고 가격은 비싸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테슬라가 346㎞를 달릴 수 있는 3만5000달러(약 4000만원) 가격의 모델3를 공개하자 불과 한 달 만에 전 세계에서 40만대의 예약 주문이 몰렸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아우디는 1회 충전 시 500㎞를 주행할 수 있는 e-트론 콰트로를 2018년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연말부터 주행거리 321㎞의 볼트 EV를 양산한다. BMW는 배터리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최대 300㎞를 달릴 수 있는 새 i3를 올여름에 출시하고, 현대자동차는 320㎞ 이상을 달리는 전기차 SUV를 2018년 출시할 계획이다.

◇시장 선점에 발 벗고 나서는 각국 정부=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합쳐 2011년 100만대 규모에 불과했던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1045만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020년 연간 33만6000대 보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닛산의 캐시카이 등 디젤차 파문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전망치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폭스바겐 디젤 파문 이후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인기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하이브리드는 총 7454대가 팔려 역대 월간 최다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판매 기록인 3만8978대도 역대 연간 최다였다.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독일 정부는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부양책을 발표했다. 또 2020년까지 독일에서 전기차를 새로 구매하는 사람에게 40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5만대 수준인 전기차를 4년 내에 100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미국은 독일보다 앞서 2011년 생산, 인프라 구축, 구매 등 여러 방면의 전기차 지원책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인프라 확대를 위해 8억 달러의 재원을 확보해 쓰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소비자에게 차량 한 대당 1만6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올해 2월부터는 지방정부에 전체 신차 중 친환경차 의무 구매 비율을 종전 30%에서 50%까지 높이도록 통보했다. 인도는 2030년까지 자국의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바꾸기로 했다.

업계에서 보는 궁극의 친환경차는 수소연료 전지차다. 전기차만 해도 동력원인 전기를 생산할 때 화석연료를 어느 정도는 소모해야 된다는 점에서 완벽한 친환경차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만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개발속도가 느리고 인프라 보급 측면에서도 전기차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연구업체 IHS는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통해 수소차의 연간 글로벌 판매량이 2027년 7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차시장 점유율의 0.1%도 안 되는 물량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