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대 국회의장을 지낸 김재순(사진) 전 의원이 1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1923년 평양 출생인 김 전 의원은 52년 서울대 상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같은 해 5월 발생한 부산 정치파동에 연루돼 3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60년 37세 때 민주당 소속 5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61년 5·16 군사 쿠데타에 반대해 1년여간 옥고를 치렀지만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들과의 친분으로 공화당 창당발기인으로 나섰다. 이후 63년부터 73년까지 공화당 소속으로 6, 7, 8대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공화당 원내총무까지 지냈다. 73년 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신정우회 소속으로 당선됐으나 1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했다.
16년간 야인으로 지내던 고인은 88년 노태우 대통령의 권유를 받아 13대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직후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당 고문으로서 김영삼 대통령 당선에 공헌했다. 하지만 93년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재산을 축소 신고하는 등 의혹이 불거져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당시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잡아먹힌다”는 뜻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사자성어를 남겨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를 돕고자 한나라당 상임고문을 맡았다.
한일의원연맹 회장, 도산 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 고문, 서울대 총동창회장 등을 지냈다. 2002년에는 서울대 총동창회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교양지 ‘샘터’를 창간하는 등 출판 분야에도 공헌했으며 최근까지도 샘터 고문을 맡아왔다. 유족은 배우자 이용자씨 및 아들 성진 성린 성봉 성구씨 등 4남이며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차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김재순 前 국회의장 별세… 정계 떠나며 ‘토사구팽’ 외쳐
입력 2016-05-17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