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것 없게 하라’ 말씀 붙였더니 음식쓰레기 뚝

입력 2016-05-17 20:35
서울 용산구 중앙루터교회에서 17일 열린 ‘2016 환경주일 연합예배 및 녹색교회 시상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용식 NCCK 생명윤리위원장과 대전 가장제일교회 소종영 목사, 경북 포항 성안드레아교회 조명숙 신부,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왼쪽부터). 오른쪽은 가장제일교회의 ‘햇살고운’ 북카페 모습. 가장제일교회 제공

경북 포항 성안드레아교회(방효중 신부)와 대전 가장제일교회(소종영 목사)가 2016년 녹색교회로 선정됐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윤리위원회는 17일 서울 용산구 중앙루터교회에서 ‘2016 환경주일 연합예배’ 및 녹색교회 시상식을 열었다.

가장제일교회는 2014년 3월 교회 앞마당과 뒷마당의 담장을 모두 허물었다. 대신 담장이 있던 모서리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다 앉을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그해 영산홍 심기 운동을 벌여 전 교인이 가족마다 9그루씩 영산홍을 심었다. 소 목사는 “이제 봄이면 교회가 영산홍 꽃밭이 된다”며 “워낙 생명력이 좋은 나무라서 잘 자란 묘목은 일부 파내서 화분에 심어 이웃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도 벌였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3년 전 교회에 부임하면서 강단 꽃꽂이도 없앴다. 교인들이 생일, 결혼 등을 기념해 내는 기념일 감사헌금을 꽃꽂이 대신 미래세대를 위한 장학금으로 쓰기로 한 것이다. 이후 기념일 헌금액이 오히려 더 늘어날 정도로 교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교회 식당에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예수님이 오병이어 기적 직후 말씀하신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요 6:12)’는 구절을 붙여놓았다. 말씀의 효과는 강력했다.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줄었다.

소 목사는 최근 교회 십자가에 불이 나간 것을 계기로 고심하다 아예 십자가 네온사인을 끄기로 결단했다. 그는 “교회 십자가의 밝은 빛이 공해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불을 끄는 게 더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했다”며 “아울러 경비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한성공회 소속인 포항 성안드레아성당은 작지만 알차게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교회다. 방효중 신부가 참석하지 못해 부인이자 부제인 조명숙 신부가 수상자로 나섰다. 교회는 친환경 성만찬을 위해 교회 한편에 포도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다. 울타리 텃밭을 개간해 수확한 제철 농산물로 애찬을 나눈다.

조 신부는 “모두가 소비를 멋으로 알고 사는 세상에서 종이 한 장, 일회용 봉투 하나도 다시 쓰고 빗물까지 받아쓰는 모습이 보잘 것 없고 구질구질해보일지 모르겠다”며 “가난한 교회여서 자연스럽게 아끼게 됐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교회는 최근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화조 없애기 운동에도 동참했다. 정화조를 없애고 텃밭에 심었던 나뭇가지와 흙으로 메웠다. 규모는 작지만 녹색교회 선정을 위한 자가진단표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날 예배에 앞서 유전자조작작물(GMO)의 유해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토크쇼가 열렸다. 기환연과 NCCK 생명윤리위원회가 함께 마련한 환경주일 공동기도문도 발표됐다.

글·사진=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