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과 우버 사이에 금이 가고 있다. 한때 서로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치켜세우며 물심양면으로 돕던 이들이 영역 침범을 하기 시작하면서다. 친구이면서 동시에 적인 ‘프레너미(frenemy)’ 관계가 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구글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에리어 지역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 ‘웨이즈 라이더’를 시작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웨이즈는 구글이 2013년 인수한 내비게이션 업체다.
웨이즈 라이더는 이용자끼리 차를 함께 타는 카풀에 가깝다. 지도상에서 위치를 보고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끼리 차를 함께 타고 간다. 차를 얻어 타는 사람은 운전자에게 기름값 명목으로 마일(1.6㎞)당 54센트를 낸다. 운전자를 직접 고용하는 우버와 사업 모델은 다르지만 우버의 고객을 빼앗게 된다는 점에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구글과 우버의 관계를 고려하면 구글의 행동은 우버에는 ‘배신’에 가깝다. 구글의 투자회사 구글 벤처는 2013년 우버에 2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구글 지도로 우버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도록 서비스 협력도 했다. 데이비드 드루먼드 구글 부사장은 우버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회장은 “우버가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글과 우버는 최근 들어 서서히 거리두기를 해왔다. 우버는 자체 지도 서비스와 자율운행차 개발에 나서면서 구글의 심기를 건드렸고, 구글은 웨이즈 라이더 출시로 우버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 됐다. 구글은 웨이즈 라이더 서비스를 베이에리어 지역 직장인 2만5000명 정도만 사용하는 시범 서비스 성격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사업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은 최근 중국에서 우버와 경쟁하고 있는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애플과 우버가 경쟁 관계가 된 것이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여자친구가 애플 주식을 가지고 있어서 디디의 투자자가 됐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우버는 중국에서 디디에 크게 밀리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애플 스토어에 리칭 디디 회장과 함께 나타난 것이 목격됐다고 애플 인사이더가 전했다. 쿡 CEO는 디디의 서비스를 이용해 애플 스토어에 갔다.
전기차를 준비 중인 애플이 차량 호출 서비스에 투자한 것은 자동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해외 현금 보유량이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애플에 10억 달러는 큰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인 우버에 투자할 경우 세금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이 자동차 분야 진출을 단순히 자동차 자체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영역까지 아우르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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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돈독했던 구글·애플-우버 균열… ‘친구’→ ‘적’으로
입력 2016-05-1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