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의 문학세계는 “상처를 응시하는 담담한 시선과 탄탄한 서사, 삶의 비극성에 대한 집요한 탐문”으로 정리된다. 소설로 데뷔하기 전 시로 먼저 등단했다. 이는 소설에서 시심(詩心) 어린 단아한 문장이 빛나는 바탕이다.
한강은 일찌감치 ‘차세대 한국 문학의 기수’로 주목을 받았다. 등단 초기부터 “한 인간이 폭력을 완벽하게 거부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일관되게 던져왔다.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도 육식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폭력성을 거부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에 다가가는 영혜를 주인공으로 한다. 영혜는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는 식물이 되고자 하는 인물이다.
2007년 창비에서 출간된 이 책은 각기 독립적이지만 서로 연결된 세편의 중편을 엮었다. 표제작인 ‘채식주의자’에서는 아내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몽고반점’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혜가 각각 화자로 등장한다.
맨부커상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수치와 욕망, 타인을 이해하려는 불가능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 “서정적이면서도 통렬하다” “아름다움과 공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극찬했다.
한강은 등단 초기에는 ‘여수의 사랑’(1995), ‘검은 사슴’(1998) 등에서 보듯이 불행한 가족사나 트라우마 같은 개인적 상처를 주로 다루었다. 이어 ‘채식주의자’의 모태가 된 단편소설 ‘내 여자의 열매’(2000)를 계기로 초월적인 예술적 상상력이 번득이기 시작했다. 심진경 문학평론가는 17일 “육식성으로 상징되는 폭력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 던지는 문명 비판적 소설로 읽힌다. 그래서 더 보편성을 띠게 된다”고 말했다.
상처 입은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던 작가는 광주 사건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를 통해 역사적 사건으로 주제를 확장하며 문학세계에서 절정기를 맞이한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독재정권의 물리적인 폭력과는 다른 미시적인 폭력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강은 그런 폭력에 대해 진실을 담은 말로 조용히 저항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은 아버지부터 오빠까지 모두 소설가인 ‘문인 가족’ 출신이다.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물에 잠긴 아버지’ 등을 쓴 한국문학의 거장 한승원(77)씨의 딸이다. 부녀가 함께 국내 대표적인 문학상인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의 남편인 홍용희(49)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문학평론가이며, 한강의 오빠 한동림(48)씨도 소설가다. 한승원씨는 딸의 수상 소식을 듣고 “딸은 진작에 나를 뛰어넘었다”면서 “지금 우리 세대의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문체, 새로운 감수성”이라고 평가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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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누구·작품세계는… 삶의 비극에 집요한 탐문·인간 폭력성에 저항
입력 2016-05-17 18:35 수정 2016-05-17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