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대 계파인 친박(친박근혜)계는 왜 스스로 만든 ‘정진석 지도부’를 보이콧했을까.
4·13총선 참패 후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는 비박(비박근혜)계가 원내대표를 맡는 걸 막기 위해 4선이 된 정진석 당선인을 물밑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했다. 당시 친박계 핵심인 유기준 의원이 후보로 나섰지만 역풍을 우려해 공천 파문에 직접적 관련이 없는 ‘범 친박계’ 정 당선인을 선택한 것이다.
당내에선 “친박계가 일정 시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인 뒤 책임론이 잠잠해지면 당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또 정 원내대표 취임 후 원내대표단에 친박계가 대거 기용되자 비박계는 ‘도로친박당’이 됐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친박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에 정 원내대표가 ‘고육지책’으로 개혁 성향 비박계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김영우 이혜훈 의원 등 비박계 핵심 의원을 비대위원에 임명한 것이다.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의 인선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우려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한 의원은 “사실 원내대표단 인선도 친박계 개입은 없었으며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인선은 정 원내대표의 일방독주와 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정진석 비대위’를 보이콧한 결정적 원인은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인사들이 ‘유승민 조기 복당’을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여기에다 ‘김용태 혁신위’가 총선 참패의 원인 규명 등을 밀어붙일 경우 친박계가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친박계 당권주자들이 타격을 입을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던 점도 비대위 인선을 반대한 배경이다. 특히 실권을 가진 혁신·비대위가 수평적 당청 관계와 국정운영 기조 변경을 요구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울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결국 비박계가 당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커지자 친박계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 구성 안을 의결할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보이콧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선 친박계가 스스로 만든 ‘정진석 체제’를 부정하면서까지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혁신위를 거부한 것을 ‘공천 파동’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유승민 의원 등을 공천 배제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내부에서 총질하는 인사’는 배제한다는 것”이라며 “친박계가 ‘정진석안’을 보이콧한 것도 주류 중심 당 운영을 위해 비박계의 집단 탈당 등 당이 쪼개지는 상황까지 불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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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숙 후 당권 장악’ 시나리오 불발 위기감에?
입력 2016-05-17 18:18 수정 2016-05-18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