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를 치러오던 ㈜넵스(회장 박용욱)는 지난해부터 남자프로골프(KPGA) 투어 대회로 바꿨다. 인기 절정의 KLPGA를 떠나 KPGA 대회를 후원하자, 이곳저곳에서 “이해가 안 간다”는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300야드를 넘나드는 남자 프로선수들의 엄청난 드라이버 비거리에다 마지막 날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남자프로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박 회장은 대회가 벌어지는 나흘 내내 골프장을 지켰다고 한다.
확실히 남자프로골프는 여자골프와는 다르다. 아기자기한 샷에다 패션업계와 연계한 20대 여성선수들의 멋진 외모가 매력이라면, 남자선수들의 골프는 인간계를 초월한 엄청난 장타가 압권이다. 결정적인 순간 아마추어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비거리로 만드는 이글, 게다가 남성 특유의 집요한 승부근성으로 빚어지는 ‘진짜 골프’에 팬들이 매료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서는 해외에서 보내오는 젊은 선수들의 승전보가 이어지면서 남자골프가 새로운 인기몰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초 일본투어를 겸한 아시안투어에서 송영한(25)이 당시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을 꺾고 우승한 데 이어, 이수민(23)과 왕정훈(21)이 유러피언 투어에서 3승을 합작했다. 지난해 일본투어 상금왕인 김경태(30)는 올해도 2승을 거두며 상금왕 2연패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열린 KPGA 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과 매일유업오픈에는 예년을 능가하는 갤러리들로 관계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사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KPGA 투어는 KLPGA 투어보다 훨씬 더 인기가 있었다. 코오롱 한국오픈에는 당시 세계골프계의 유망주였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리키 파울러(미국)가 초청에 선뜻 응할 정도였다. 파울러는 자신의 프로대회 첫 우승을 2011년 한국오픈에서 거뒀다.
하지만 유망 선수들이 해외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국내에는 스타선수가 사라지고 스폰서가 대회를 외면하면서 KPGA는 점차 침체기에 들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KPGA 대회수는 12개. KLPGA 대회 33개에 비하면 크게 못 미쳤다.
위기감을 느낀 KPGA는 2013년부터 재도약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프로암대회에 나선 일부 선수들이 무뚝뚝하고 자기 연습만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동반한 스폰서 관계자들에게 라운딩 내내 개인 레슨을 하는 것은 물론 경기 후 원포인트 레슨을 적은 감사 카드를 전달하고 있다. 우승자는 갤러리 추첨으로 한 팀을 뽑아 무료라운딩도 하고, 3, 4라운드에서는 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전달하는 등 ‘팬심 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호윤 KPGA 사무국장은 “재도약을 위해 협회와 선수들이 수년간 노력한 결과 많은 팬들이 올 들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며 “대회 수를 늘이기 위해 광역지자체 및 대기업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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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7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