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최초의 맨부커상 수상, ‘문학 한류’ 발판되길

입력 2016-05-17 19:40
한국인 최초의 영국 맨부커상 수상은 한국 문학계의 쾌거다. 수상자는 40대 여류소설가 한강이다. 그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됐다. 맨부커상은 영어권 최고 권위의 상으로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강은 터키의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무크, 중국 옌렌커 등 쟁쟁한 최종 후보 5명을 따돌리고 영예를 안았다. 한국 문학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7년 국내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3편으로 이뤄진 연작 소설이다. 주제는 인간의 폭력적 본성이다. 폭력에 맞서 육식을 멀리하는 여주인공을 통해 그 본성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작품에 대해 맨부커선정위원회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번 수상은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문학적 뉘앙스를 살리는 수준 높은 번역 없이는 해외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품을 번역해 해외에 처음 소개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공동 수상자)의 역할이 컸던 이유다. 앞으로도 해외 문학권에 진출하려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작품의 문학성이다. 문학성이 뛰어나지 않으면 번역도 소용없다. 등단 때부터 주목받아 일찌감치 ‘한국 문단의 차세대 기수’로 꼽힌 한강은 치열한 작가정신을 통해 그걸 해냈다. 세계 정상급의 문학성을 만천하에 보여준 것이다. 이제 한국 문학이 힘차게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선 일부 한국 작품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만큼 ‘문학 한류’로 이어지도록 우리 문단이 노력해야겠다. 그간 표절 시비 등으로 뒷걸음질친 한국 문학계가 거듭나는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 국내 독자들도 ‘반짝 관심’에만 머물지 말고 우리 문학을 더욱 사랑함으로써 문학계의 힘이 돼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