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올해 1월 고위험 생활화학제품이 판매·유통되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4개월 가까이 함구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발 탈취소독제나 에어컨·히터 살균탈취제, 가죽·가구 세정제 등 일상과 밀접한 화학제품에서 ‘죽음의 물질’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판매 정지, 회수 조치를 했지만 정작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아 이미 판매된 제품이 쓰이도록 방치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올 1월 생활화학제품 안전성을 조사해 위해제품 7종, 안전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제품 62종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환경부는 위해 제품을 만든 업체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다. 안전 정보 표기 규정을 어긴 제품 중 61종에 개선 명령을 내렸고, 나머지 1종엔 회수를 권고했다.
위해 제품 7종에서는 ‘살인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고위험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이 다량 검출됐다. 바이오피톤㈜이 만든 ‘신발무균정’(신발 탈취소독제)에서는 PHMG가 나왔다. 2013년 10월부터 PHMG를 생활화학용품에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유통되고 있었다. ㈜필코스캠의 에어컨·히터 살균탈취제에선 TCE가 기준치의 40배나 나왔다. 수입 제품인 어섬 페브릭(Awesome FABRIC)에는 기준치를 27배 웃도는 포름알데히드가 들어 있었다.
수입 가죽세정제 ‘레더 크린 앤 리뉴 와입스(Leather CLEAN & RENEW WIPES)’와 수입 가구세정제 ‘퍼니처 크림’에선 각각 기준치의 2.6배, 7.7배에 이르는 포름알데히드가 나왔다. 하수구를 뚫는 용도로 쓰는 ‘멜트(MELT)’는 염산과 황산의 농도가 기준치의 7배(72%)에 달했다.
신발무균정이나 에어컨·히터 살균탈취제 등은 일단 구입하면 가정에서 상당 기간 사용하는 제품이다. 환경부는 지난 1월 22일 각 업체에 조사 결과를 통보했지만 국민에겐 알리지 않았다. 환경부는 “(PHMG가 나왔어도) 생명에 영향을 끼칠 중대 결함은 아닌 것으로 봤다”고 해명했다.
한편 환경부는 한국P&G가 제출한 탈취제 ‘페브리즈’ 성분을 공개했다. 소독제인 디데실디메틸염화암모늄(DDAC), 미생물억제제인 벤조아이소사이아졸리논(BIT) 등 유해 논란이 있는 물질이 포함됐다. 페브리즈에 함유된 DDAC는 미국 기준으로는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BIT는 기준이 없다. 환경부는 정확한 유해성 평가를 위해 페브리즈 등 주요 생활화학제품을 전수 조사할 예정이다.
세종=이도경 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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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안전 불감’ 高위험 제품 방치
입력 2016-05-17 17:33 수정 2016-05-17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