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아드리아해의 숨겨진 보석

입력 2016-05-18 19:42 수정 2016-05-18 20:44
크로아티아 스르지산을 찾은 여행객이 발 아래로 보이는 두브로브니크 구 시가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주황색 지붕이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필레문 입구에서 본 플라차 대로(왼쪽 사진). 고색창연한 건물 사이 두브로브니크 뒷골목.
해질녘 두브로브니크 구 시가지(위 사진). 엘라피테 군도 가운데 하나인 시판 섬 항구.
해질녘 두브로브니크 구 항구에 보트가 정겹게 정박해 있다.
‘이곳을 보지 않고 천국을 논하지 마라.’

냉소적이기로 유명했던 영국의 극작가 겸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가 크로아티아의 유명 관광도시 두브로브니크를 극찬한 말이다. 이탈리아 반도와 발칸 반도 사이의 좁고 긴 바다 아드리아해(海)를 끼고 있는 두브로브니크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로 날씨가 온화하고 리아스식 해변이 빚어내는 풍광이 빼어나 오래전부터 천혜의 휴양지로 각광받았다.

두브로브니크는 7세기 중반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해 베네치아공화국의 주요 거점도시가 됐다. 13∼15세기에 가장 번성했던 지중해의 해상도시 중 하나였다. 성벽은 8세기에 건설되기 시작해 15∼16세기에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성벽 안에는 고대와 중세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고딕·르네상스·바로크 양식의 교회·수도원·궁전 등이 잘 보존된 구시가지 전체가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667년 대지진으로 5000명이 죽고 스폰자 궁전과 렉터 궁전을 빼놓고 거의 파괴돼 폐허나 다름없었다. 이후 1808년에는 나폴레옹의 침공을 받았다. 1991년 크로아티아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세르비아가 주축이 된 유고연방군의 융단폭격으로 건물 지붕의 70%가 파괴됐다. 당시 프랑스 학술원 회장 장 도르메종 등 유럽의 지성인들은 폭격을 중지시키기 위해 ‘인간방패’로 나서기도 했다. 내전이 끝난 뒤 유네스코 등 국제적 지원과 시민들의 열성적인 복구로 두브로브니크는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여행 포인트는 구 시가지 및 아드리아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스르지산(山)에 오르는 것과 해질녘 두브로브니크 성곽을 따라 산책하는 것이다. 여기에 엘라피테 군도를 둘러보는 섬여행을 더하면 금상첨화다.

먼저 두브로브니크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 412m 높이의 스르지산 정상으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발 아래로 구 시가지와 성벽, 코발트색 바다, 초록빛 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파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바다에 반석 같이 자리잡은 근육질 절벽 위로 하얀 성벽이 미끈하게 기어가고 성벽 안에 들어선 주황색 지붕의 건물이 옹기종기 제 색깔을 뽐내는 풍광은 한 폭의 수채화나 다름없다. 아드리아해로 떨어지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색을 바꿔가는 성벽과 하늘은 볼 때마다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선다. 멀리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루즈 항구 너머로 콜로체프섬, 로퍼드섬, 시판섬 등 엘라피테 군도가 먼 바다를 향해 아스라이 줄달음친다. 전망대 인근에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대형 십자가가 우뚝 서있다.

‘숲’을 봤으니 이제 ‘나무’를 볼 차례.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내려와 300여m를 이동하면 구 시가지로 통하는 플로체 게이트(문)에 닿는다. 길이 2㎞, 높이 25m에 달하는 거대한 암석 장벽은 구시가지 전체를 빈틈없이 감싸고 있다. 절벽과 그 위의 성벽 높이까지 합하면 50m에 달하는 곳도 있다. 벽은 바다 쪽이 1.5∼3m인 것에 비해 내륙 쪽은 6m로 훨씬 두껍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서면 중세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성벽은 시계 반대방향으로만 돌 수 있으며 한 바퀴에 2∼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언덕과 마을, 아드리아해의 푸른 물결이 매끄럽게 다가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은 민체타 성루다. 오래된 테라코타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구 시가지와 그 너머로 푸른 아드리아해, 로크룸 섬까지 한눈에 보인다. 올드 항구에는 크고 작은 요트와 배들이 평화롭게 정박해 있었다. 영국 시인 바이런이 ‘아드리아 해의 보석’이라고 감탄한 것도 바로 이런 풍광 때문이었으리라.

성벽 안 구 시가지도 매력 만점이다. 서쪽 출입구인 필레 게이트 부근에서 성벽을 내려서면 회색 파스텔톤의 건물들과 석회석으로 잘 정돈된 광장, 인파가 넘실대는 널찍한 플라차 대로가 경이롭게 다가선다. 바로 옆에 프란체스코 수도원과 오노프리오스 샘이 반긴다. 샘은 1438년 성에서 20㎞ 떨어진 바깥에서 끌어온 물을 모든 시민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돔 형태의 물탱크다. 둥글게 늘어선 16개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만 아쉽게도 보수중이었다.

동서로 쭉 뻗은 약 300m의 플라차 대로를 걷는다. 수백 년 전 조성된 대리석 보도블록은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에 닳고 닳아 반질반질 상아빛을 드러냈다. 대로 양쪽으로는 카페와 젤라토 가게와 옷가게,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다. 이리저리 거닐며 소박한 작은 상점들을 구경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행복과 즐거움을 채울 수 있었다. 크고 먹음직스러운 ‘두브로브니크 아이스크림’도 꼭 맛봐야 한다. 동쪽 끝의 로자 광장, 성 블라이세 성당, 렉터 궁전, 대성당, 바닷가의 로브리예나츠 요새 등은 타임캡슐에서 나온 것처럼 과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로자 광장에 서면 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누나’에서 봤던 낯익은 장면이 곧장 눈에 들어온다.

건물 사이 좁은 골목을 걷는 것도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재미다. 시간이 멈춘 곳 같은 고색창연한 건물들 사이로 무수한 샛길이 미로처럼 복잡하다. 한두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길에도 음식점과 기념품점 등이 빼곡히 들어서 여행객을 맞는다. 3대에 걸쳐 자신들의 전통 방식으로 이발과 면도를 해주는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도 만날 수 있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으로 한때 불타 없어지기도 했지만, 전쟁이 끝나고 다시 문을 열어 110년째 같은 자리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엘라피테 군도 섬여행에 나서보자. 총 1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지만 시판 섬에만 사람이 살고 있다. 보통 콜로체프, 로퍼드, 시판 등 3개 섬을 한 번에 투어한다. 그루즈 항구에서 1838년에 건조된 중세 범선을 닮은 배를 타고 서북쪽으로 1시간 30분쯤 항해하면 3개 섬 가운데 가장 멀고 큰 시판섬에 도착한다. 항구는 아담하고 정겹다. 섬 주변의 물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아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투명해진다. 섬을 둘러보는 데는 2∼3시간이면 충분하다. 작은 마을과 그림 같은 해변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이 마음속에 담긴다.

여행메모

발칸반도 유명 관광 도시 직항 없어… 터키항공 신규 취항 접근 편리·저렴


크로아티아는 발칸반도에 위치해 있으며, 아드리아해 동쪽에 인접한 세로로 긴 나라다. 크로아티아의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인 두브로브니크는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다.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어 ‘두브라바(Dubrava·참나무 숲)’에서 유래했다.

한국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일단 유럽으로 간 다음 비행기를 갈아타고 두브로브니크 공항으로 들어간다. 오스트리아에서 슬로베니아를 거쳐 수도 자그레브로 들어간 뒤 야간버스나 야간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버스는 11시간 정도 걸린다. 이탈리아 항구도시 바리에서 여객선으로 9시간 소요된다.

터키항공이 지난 10일 두브로브니크에 신규 취항하면서 더욱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인천을 출발해 이스탄불에 도착한 뒤 주 3회 운항하는 두브로브니크 노선으로 환승하면 된다. 5월31일부터는 주 5회, 8월29일부터는 주 6회로 증편될 예정이다. 취항과 함께 내놓은 이스탄불→두브로브니크 99달러(약 11만5000원), 두브로브니크→이스탄불 99유로(약 13만1700원부터)짜리 특가 항공권을 이용하면 더욱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 특가 항공권은 오는 7월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 주민이 숙박업을 겸하고 있다. 레스토랑의 식사요금은 서유럽과 비슷한 수준. 화폐는 쿠나(Kuna·1쿠나는 약 170원)이나 유로화도 통용된다.

두브로브니크(크로아티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