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상’ 나비, 나락서 훨∼훨∼

입력 2016-05-18 04:30
KIA 타이거즈 4번 타자 나지완이 1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8회말 공을 노려보며 힘껏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나지완은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뉴시스

KIA 타이거즈의 4번 타자 나지완(31)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 대표적인 ‘밉상’으로 꼽힌다. 오재원(31·두산)과 함께 팬들로부터 욕을 가장 많이 먹는 비호감형 선수라는 오명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밉상’ 이미지에서 완벽하게 탈출했다.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덩달아 팀 승리도 함께 가져오고 있다.

나지완이 처음부터 밉상은 아니었다. 그는 2000년대 후반 KIA의 차세대 거포로서 이름을 떨쳤다. 특히 2009년 10월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진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시리즈 전적 3승 3패에 마지막 7차전, 5-5 동점이던 9회말. 나지완은 극적인 끝내기 투런포를 작렬하며 팀에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겨다 줬다. 당시 고참 이종범과 눈물의 포옹을 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그의 통통한 외모는 귀여움이 돼 여성팬들의 사랑도 받았다.

그랬던 그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승선이 문제였다. 나지완은 대표팀 일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인터뷰가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금메달을 받은 직후 “스프링캠프부터 참고 뛰었지만 한계가 온 것 같다”며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는 ‘부상을 숨기고 병역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표팀에 무임승차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동시에 같은 팀원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안치홍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군 입대가 결정되면서 “후배의 앞길을 막았다”는 비난에도 시달렸다. 급기야 한 시민이 병무청 홈페이지에 병역기피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등 후폭풍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최희섭, 김상현 등 붙박이 4번 타자들이 팀을 떠나면서 4번 타자라는 막중한 임무를 받았지만 전혀 그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 완전히 물 방망이였다. 김기태 감독이 시즌 초부터 많은 비난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4번 타자에 중용했지만 번번히 흐름을 끊었다. 5월에는 타율 0.173이라는 극도의 부진으로 1군에서 사라졌다.

지난시즌 그의 성적은 타율 0.253, 7홈런이었다. 덩달아 KIA의 타선도 좋지 못했다. 지난해 팀 타율 꼴찌라는 멍에를 얻었다. 팀 성적 부진을 팬들은 그의 탓으로 돌렸다. 통통한 몸매는 귀여움에서 비호감으로 변했다. 당시 나지완은 밖에 나가는 게 두려웠고, 누가 쳐다보면 욕하는 것처럼 환청이 들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외출할 때에는 누가 알아볼까봐 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몰두했다. 그리고 올 시즌 완전히 변모했다. 17일 현재 타율이 3할(0.302)이다. 장타율(0.581)과 출루율(0.470) 모두 팀내 1위다. 홈런도 5월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통틀어 친 것 보다 하나가 모자란 6개다. 지난주에는 결정적인 홈런 두 방으로 팀의 5연승을 주도했다. 특히 15일 한화전에선 상대 4번 타자 김태균에 완승을 거뒀다. 1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2득점 3볼넷 1사구의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8회 상대 필승 마무리 정우람에게 결승 솔로포를 작렬했다.

나지완이 중심을 잡아주자 나머지 선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팀 타율 꼴찌였던 KIA는 올 시즌 팀 타율 3위(0.287)를 달리고 있다. 시즌 전 꼴찌 후보였지만 17승 18패로 중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내가 기본만 했어도 팀이 가을야구를 했을 것”이라며 “올해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자신 있게 하자고 다짐했다. 시즌은 길다. 더 실력을 가다듬어 좋은 활약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나지완의 다른 별명은 ‘나비’다. 밉상이었던 나지완은 이제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비상을 시작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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