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율정] 시간 준수하는 20대 국회를 기대한다

입력 2016-05-17 17:42

20대 국회가 높아진 민도를 반영해 새롭게 탄생했다. 흔히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할 정도의 결과가 나와 헌정사에 각별한 기록을 남겼다. 우리는 새로운 결의로 임할 국회가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 그리고 역사적 책임의식을 갖고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9대 국회가 국민 바람을 전혀 충족하지 못했기에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새 국회에 대한 바람은 수없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시간을 준수하는 국회’를 주문하고자 한다. 국가보훈처 국장으로 재직할 때 소관 상임위 등에 참석해보면 시간을 정확히 지켰던 기억이 거의 없다. 회의를 예정 시점 불과 몇 시간 전에 취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예정시각 이후 30분 이내에 회의가 열리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였다. 또 밥 먹듯 야간 회의를 해야 했다. 대낮엔 손놓고 있다가 심야까지 회의를 하는가 하면, 차수변경을 해가면서 자정을 넘기기도 한다. 전후 사정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국회가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이 얼마나 전근대적이고 비효율적 운영인가.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 의회의 경우 심야는커녕 밤시간대에 회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국회가 시간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견제의 대상인 행정부 공무원과 관련 당사자뿐만 아니라 선거로 뽑아준 국민에게도 심대한 결례다. 시간을 준수하는 것은 선진사회의 기본이다. 정신이 온전한 낮 근무시간대에 회의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그래야 심도 있는 의안 심의가 가능하다. 비용 절약을 위한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비쟁점 법안 처리를 마냥 미루고, 예산안 처리에 법정 시한을 넘기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약속시간을 준수하겠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저버리는 처사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여러 행사를 실시하는데 시간을 엄격히 지키고 있다. 시간 내에 참석한 인원이 적더라도 시간을 지킨 사람을 존중해 곧바로 진행한다. 새 국회가 시간을 준수해 운영하면 4년 후에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여야 정당 지도부와 구성원들이 마음을 다잡길 기대한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