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한동안 조영남이었다. 소녀시대 탈퇴 후 낸 첫 음반으로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한 제시카와 노벨상에 버금가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도 밀렸다. 조짐은 전날부터 감지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조영남이 자신의 그림을 대작(代作)시켰다는 내용을 비난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1970년 번안가요 ‘딜라일라’를 부르며 데뷔한 그는 가수이면서 화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림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신을 ‘화수(畵手) 조영남’이라고 소개했다. 화가와 가수에서 각각 한 글자를 따 ‘그림 그리는 가수’라는 뜻이다. 고교 때부터 미술에 관심을 보였고, 민요 ‘신고산타령’에 ‘와우아파트 무너지는 소리에’라는 풍자가사를 붙여 부르다 정권에 밉보여 바로 다음 날 입대한 후 군에서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다수의 전업 작가들은 유명세를 상술로 활용한다고 지적하는 반면 화단에 새로운 시각을 전파했다는 평가도 있다. 고위공직자들이 재산공개 때 더러 그의 그림을 신고하는 걸 보면 작품 값이 만만찮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자주 시시비비의 중심에 있었다. 위키백과에서 ‘조영남’을 검색하면 ‘생애’ ‘학력’ ‘앨범’ 등과 함께 ‘논란’항목이 별도로 있다. 친일발언, 방송 중 부적절한 언행 등이 소개돼 있다.
그의 입장 표명이 파문에 불을 더 지폈다. ‘대작’에 대해 ‘조수를 두는 건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했으나 반응은 영 떨떠름하다. 작품의 90%를 ‘조수’가 완성했다고 믿으며 구입하는 사람이 있을까. 늘 당당한 그를 두고 정신분석학자들 중에는 ‘자신이 중요하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과도한 확신, 즉 과대성(Grandiosity)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검찰이 사기죄를 적용하는 등 사태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고희를 넘긴 조영남의 예술인생에 최대 위기가 온 것 같다.
정진영 논설위원
[한마당-정진영] 화가 조영남
입력 2016-05-17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