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사형선고를 받은 심정으로 개혁에 임해야 한다.”(이혜훈 비상대책위원)
“함거(檻車·죄인을 실어 나르던 수레)에 들어가는 목민관의 마음으로 혁신하겠다.”(정운천 비대위원)
16일 국회에서 상견례를 겸해 모인 새누리당 비대위원들은 각오를 단단히 다진 듯했다. 10명 중 7명이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여서 이대로 가면 당이 망한다는 위기감이 컸다. 혁신 전권을 부여받은 김용태 의원은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한 날선 발언을 이어갔다. 비박 주도의 혁신에 시동을 건 새누리당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비박 비대위에 김용태 혁신위…승부수? 쇼?=비대위·혁신위원장 인선 후폭풍은 거셌다. 당 운영에서 배제된 친박계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주도권을 쥔 비박 쪽에선 ‘친박에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새어나왔다. 이런 인사를 한 정진석 원내대표에 대해선 배신이냐 소신이냐 평가가 엇갈렸다. 혁신의 첫걸음이 총선 참패 원인 진단이고 그 과정에서 친박 주도의 공천 파동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비대위는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대신하면서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비대위원에 임명된 김영우 의원은 상견례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흐지부지 끝나버린 보수혁신특위를 언급한 뒤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홍일표 의원은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데서부터 당의 혁신이 시작된다”며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명하게 규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친박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대목이다.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김용태 의원도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 상견례에 참석해 “혁신안은 다 나와 있고 모두 알고 있다”며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실천이 중요하단 얘기였다. 김 의원 측은 “혁신위원장을 맡기로 한 건 정치 생명을 걸었고 국회의원직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밀고 나가겠다”고 했다.
혁신위는 ‘속도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외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번주 내에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낙선·낙천자 대회를 열어 당에 대한 쓴소리를 가감 없이 듣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등 보수혁신위에서 시도했지만 입법화하지 못했던 혁신 과제들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대해 “국민에 대한 답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당선인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선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고 정면 돌파 방침을 시사했다.
◇親朴 “이대로 가면 당 쪼개져” 강력 반발=친박은 부글부글 끓었다. 김태흠 박대출 의원 등 20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인선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파적이고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졸속으로 진행된 인사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정인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김용태 김영우 의원과 이혜훈 당선인 등 3명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당은 쪼개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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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바꿀까, 껍데기만 바꿀까… 새누리 ‘非朴 혁신위·비대위’ 승부수
입력 2016-05-17 00:40 수정 2016-05-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