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2주후 정신감정 결과… “비정상” 판정 땐 신동빈 완승

입력 2016-05-17 04:00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16일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들어가다 임신 중인 여기자를 지팡이로 밀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6일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씨가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청한 데 따른 절차다.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두 아들 간 분쟁으로 구순을 넘긴 창업자는 정신이 온전한지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신격호, 입원 당일까지 정신감정 거부감=신 총괄회장은 예정됐던 출발시간을 1시간쯤 넘긴 오후 3시에 소공동 롯데호텔을 나섰다. 30분후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측근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린 뒤 휠체어에 앉았다. 무릎담요를 덮고 지팡이를 쥔 신 총괄회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신 총괄회장은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특실병동으로 올라갔다.

애초 지난달 25일 입원을 한 차례 연기했던 신 총괄회장은 입원 당일까지도 정신감정 절차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근은 “70년 넘게 회사를 일궈 놨는데 자식 사이에 벌어진 분쟁으로 병원에 가서 정신감정을 받으라고 하니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며 설득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어떤 검사 받게 되나=신 총괄회장이 2주간 받게 될 정신감정 절차는 크게 3가지로 나뉠 전망이다. 통상 성년후견 사건에서는 기본적으로 피후견인의 인지판단력을 가늠해 보는 심리검사가 진행된다. 감정 대상자의 치매 여부나 판단력 저하로 후견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지 등을 판단한다.

관찰검사도 병행된다. 입원 기간 동안 감정 대상자의 행동을 의료진이 면밀히 관찰해 이상행동 등을 파악한다. 이와 함께 MRI 검사나 CT 검사 등을 통해 뇌 상태를 체크하는 물리적 검사도 함께 진행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의사가 피대상자를 직접 대면한 뒤 어떤 방식의 검사를 진행할지 결정한다”며 “대상자의 프라이버시도 있어서 검사 방식이나 절차를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면회는 신 총괄회장의 배우자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신영자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 신 전 부회장, 신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자녀로 한정되며 1주일에 두 차례 1시간씩만 허용된다.

◇감정결과 따른 롯데 분쟁 승자는?=서울대병원의 정신감정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간 분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신 총괄회장에게서 받았다는 위임장을 근거로 한 일본에서의 소송 2건을 비롯해 총 4건의 소송을 동생을 상대로 진행 중이다. 위임장은 ‘신 회장이 일본에서 본인을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한 것은 부당하며 관련 소송을 신 전 부회장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신 전 부회장이 사실상 자신이 신 총괄회장의 후계자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위임장의 효력이 소송의 쟁점 중 하나인 만큼 ‘정상’ 소견이 나올 경우 신 전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비정상’ 소견이 나올 경우 신 총괄회장이 직접 작성한 위임장은 효력을 잃고, 소송전은 신 회장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신 회장 측은 판단력이 흐려진 신 총괄회장을 신 전 부회장이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설령 정상소견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사 해임 등의 문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상법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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