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업계 날고 해운업계 잠수

입력 2016-05-17 04:00



장기 저유가 국면 속에서 연료비 비중이 높은 글로벌 항공업계와 해운업계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항공업계가 저유가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며 고공비행 중인 반면 해운업계는 물동량 감소와 과당경쟁 탓에 저유가 혜택을 못 보고 있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동 대표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의 지난해(3월 결산) 순이익은 19억 달러로 전년 대비 56%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이 232억 달러로 전년 대비 4% 감소했음에도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은 저유가로 연료비 부담을 크게 덜어낸 영향이 컸다. 지난해 에미레이트항공의 연료비는 전년 대비 31% 감소하며 전체 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9% 포인트 줄었다. 연료비를 제외한 비용이 5% 늘었음에도 전체 비용이 8% 줄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가장 큰 항공시장인 미국 항공사들의 순이익도 대폭 증가했다. 미 교통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25개 항공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256억 달러로 전년(74억 달러)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아메리칸항공이 지난해 76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델타항공(45억 달러), 유나이티드항공(73억 달러) 등도 전년 대비 수익이 크게 향상됐다.

유럽도 마찬가지여서 에어프랑스-KLM의 전년 대비 순이익은 190% 증가했다. 특히 루프트한자의 경우 2014년 5500만 유로이던 순이익이 지난해에는 16억9800만 유로로 무려 31배 가까이 뛰었다. 일본의 일본항공(17%)과 전일본공수(96%)도 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 심화로 운임 인하 압박이 거세지만 항공 수요 증가와 연료비 감소 효과가 더욱 크게 작용한 것이다.

반면 해운업의 경우 저유가로 인한 비용 감소 효과보다 물동량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마이너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세계 1위인 AP몰러-머스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7억9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4% 감소했다. CMA-CGM의 순이익도 3% 줄면서 정체상태를 면치 못했고, MOL은 순이익이 442%나 줄면서 적자 전환됐다. 1분기에도 해운업계의 부진은 그대로 이어져 머스크의 경우 순이익이 전년 대비 86% 급감했다.

해운 역시 저유가로 연료비가 크게 줄었지만 해운업계 내의 ‘치킨게임’으로 운임이 급락하면서 연료비 감소 효과를 보기 힘들었다. 해운업 동향을 보여주는 중국발 컨테이너 운임지수(CCFI)는 2014년 평균 1085였으나 지난해 874로 낮아졌다. 지난 13일 기준 CCFI는 652를 기록, 하향 추세를 이어갔다.

국내 주요 항공사와 해운사의 경우 저유가 수혜와 거리가 멀었다. 양대 해운사는 나란히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락했고, 양대 항공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에도 불구하고 순손실을 기록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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