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2’ 준비 중인 심형래 “영화 ‘아바타’ 못지않은 작품 만들 겁니다”

입력 2016-05-17 20:29
‘디 워 2’로 10년 만에 돌아온 심형래 감독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디 워’ 이후 많은 걸 배우고 깨달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만들어 내년 7월쯤 전 세계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개그맨 출신 심형래(58) 감독이 돌아왔다. 중국 영화사로부터 지난 3월 ‘디 워 2’의 제작비 900억원을 투자 받고 내년 개봉을 목표로 작품을 준비 중이다. 2007년 ‘디 워’로 876만 관객을 모으며 잘나가던 그가 쫄딱 망하고 파산 선고 후 모습을 감춘 지 10년 만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1일 그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휴먼스타빌 카페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이전의 ‘귀엽던’ 얼굴은 간데없고 퉁퉁 붓고 푸석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다. 1980∼90년대 “영구 없다” 바보 개그로 국민을 웃기고 울리다 99년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고 같은 해 영화사 영구아트무비를 차려 영화 제작에 매달렸으나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해 고소당하고 급기야 파산에까지 이르렀다.

“제가 신지식인 1호이고 안철수씨가 2호인데 그 시절에는 참 잘나갔죠. 하지만 영화판을 너무 몰랐어요. 직원 기숙사에 구내식당까지 갖추고 영화사를 운영했는데 작품 준비기간에는 수익이 전혀 없으니 경제난에 허덕일 수밖에요. 저희 어머니 집까지 팔아서 직원 월급을 줬는데 역부족이어서 끝내 ‘임금체불 악덕사장’으로 낙인 찍혔어요.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이혼까지 했으니 제 정신이 아니었죠.”

당시 그에게는 억측이 나돌았다. 파산 선고 이후 도박을 했다, 투자자에게 총기로 위협했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돈을 빌리려고 파친코 운영하는 친구에게 갔다가 잠깐 앉았는데 그런 얘기가 금세 퍼지더라고요. 망하고 나서 영화사에 소품으로 두고 있던 총기를 갖고 논 것일 뿐인데 엉뚱한 말이 나돌고요. ‘아∼심형래를 사람들이 많이 미워하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조용히 살았죠.”

그러면서 미국 중국 일본에 평소 쌓은 네트워크를 가동해 재기를 시도했다. “‘디 워’를 두고 어떤 사람은 쓰레기 영화라고 악평을 퍼붓고 애국심 마케팅으로 아이들 코 묻은 돈을 긁어모았다고 하더군요. 그럼 876만 관객은 바보라는 얘기예요? 미국 전역에서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2227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는데 상업성을 엄격히 따지는 그곳 사람들이 미쳤다고 극장을 내주겠어요?”

그의 열정이 통한 것일까. 중국의 유력 엔터테인먼트 투자사인 화인글로벌영상그룹에서 지난해 말 연락이 왔다. “‘디 워 2’ 시나리오가 너무 좋다면서 5억 위안(약 9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거예요. 지난 2월 주성치 감독의 SF영화 ‘미인어’가 중국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것을 보고 ‘디 워 2’의 성공 가능성을 기대한 거죠. ‘디 워’ 중국 개봉 당시 극장이 3000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만개로 늘어났으니 한번 해볼만 하죠.”

화인그룹의 투자 소식에 “국내에서 투자 받으려고 거짓말하는 거 아냐?”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는 계약서를 보여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를 못 믿겠다는 거죠. 지금 인터넷 시대에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요. 중국에서 계약 당시 특파원들이 취재를 왔는데 ‘망한 영화사와 왜 계약을 하느냐’고 화인그룹 측에 묻기도 하더군요. 다 제 잘못이지만 ‘아바타’ 못지않은 작품 만들 테니 지켜봐 주세요.”

‘디 워 2’(디 워: 미스테리즈 오브 더 드래곤)는 1969년 냉전시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을 시도하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심 감독은 “할리우드 작가들이 참여해 시나리오를 완성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용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중국에서 관심이 높고 미국에서도 ‘주라기 공원’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 달 미국으로 촬영을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개그맨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그가 이토록 영화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전부 영화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잖아요. 지금까지 제가 88편을 찍었는데 한국영화 테마파크를 짓기 위해서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는 한국형 시네마 테마파크요. 내년 7월 전 세계 개봉 예정인 ‘디 워 2’가 그 출발점이죠. 파이팅 해야죠.” 2시간가량의 인터뷰 내내 결연한 표정이던 그는 비로소 웃음을 지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