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낙선 지역위원장 물갈이 시사… 쇄신 드라이브

입력 2016-05-17 04:02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걸 원내대표, 김 대표,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 이병주 기자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결정으로 소란스러웠던 16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당 조직 정비와 경제 문제에 집중했다. 당 지역위원장 ‘물갈이’를 통해 당의 인적 쇄신 의지를 천명하는 동시에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정국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金 “오래된 지역위원장 솎아낼 용기 가져야”=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1차 회의에서 과감한 당 조직 정비를 주문했다. 새로 선출될 지역위원장이 당대표 선출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당의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20대 총선 당선인들이 지역위원장을 맡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실패한 지역구는 엄밀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너무 오래 지역을 관리하신 분들을 솎아낼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조강특위를 운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 관계자는 “영남 등 일부 전략지역을 제외한 낙선 지역구가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김 대표가 취임 이후 강조한 운동권 문화 청산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지도부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후보에게 돌리려 한다며 반발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한 수도권 지역위원장은 “오랫동안 지역을 맡겨놓고, 중앙당이 그동안 제대로 지원해 준 적이 있었느냐”며 “지역위원장을 교체하려면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더민주는 이수진 전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과 박진경 한국여성연합 성평등연구소장을 조강특위 위원으로 추가 임명했다. 조강특위는 6월 말까지 공모와 실사를 거쳐 지역위원장 인선 및 지역대의원 구성 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인사 비판하며 靑과 대립각=김 대표는 앞서 비대위 회의에서 박근혜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근본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형태의 구조조정으로 갈 기미가 벌써부터 보이기 시작한다”며 “정부의 자세가 과거 구조조정을 했던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전날 단행된 청와대 인사에 대해서도 “청와대 인사 행태를 보면 우리 경제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사전 비공개회의에서도 이번 청와대 인사에 대해 혹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지난 대선 이후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를 박근혜 대통령이 받아들였으면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며 “그때 경제민주화를 반대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강석훈 경제수석의 말만 듣다가 지금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

당 정책위원회도 이날 변재일 신임 정책위의장 주재로 첫 회의를 갖고 총선 공약 이행 방안 마련을 집중 논의했다. 정책위는 국민연금 공공부문 투자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관련 실무기구를 만드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각각 박광온 의원과 김종대 정책위 부의장에게 맡길 예정이다. 지난 3일 설치키로 한 경제비상대책기구는 김 대표가 직접 맡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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