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슈퍼히어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매서운 공습에 굳건히 맞서 싸우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는 한국영화 두 편이 있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다. 두 작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역배우의 활약이 유독 빛난다는 점이다.
‘곡성’에서 곽도원의 딸 효진 역을 맡은 김환희(14)는 어른 못지않은 열연을 펼쳤다. 나 감독은 물론이고 성인배우들까지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탐정 홍길동’에서 말순 역을 소화한 초짜 신인 김하나(7)는 최연소 ‘신스틸러’에 등극했다. 엉뚱하면서도 깜찍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두 아역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 아역 진짜 연기 대박이었지?” “걔 도대체 누구니?” “어린 아이가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해.”
◇김환희, 이 배우를 주목하라=‘곡성’에는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황정민 곽도원 천우희 그리고 일본 유명배우 구니무라 준이 합류했다. 걸출한 선배들 사이에서 김환희는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실력을 뽐냈다. 촬영 전 “스스로 아역배우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던 나 감독의 주문을 100% 이해하고 연기했다.
김환희는 사랑스러운 초등학생의 이미지부터 발작을 하며 욕설을 퍼붓는 캐릭터까지 극단의 연기를 소화했다. 극 중 가장 많은 분량으로 호흡을 맞춘 곽도원은 “보통 아역배우들은 흉내 내는 식의 연기를 하는데 환희는 그렇지 않았다”며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려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2008년 SBS ‘불한당’으로 데뷔해 여러 작품을 거친 김환희는 오디션을 통해 ‘곡성’에 캐스팅됐다. 나 감독은 “환희와 함께 작업하는 동안 항상 감탄했다”며 “정말 놀라운 배우인 것 같다.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했다.
◇김하나, 깨알 같은 웃음 선사=‘탐정 홍길동’은 독특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1950∼60년대 할리우드 누아르 영화가 떠오른다. 내용부터 가볍지 않다. 홍길동(이제훈)이 어릴 적 어머니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다.
이런 작품에 김하나는 유쾌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꾀죄죄한 차림으로 언니 동이(노정의) 옆에 꼭 붙어 다니면서 홍길동에게 핀잔을 준다. “이 아저씨 뭐라는 거야.” “아저씨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것 같아요.” “왜 일을 저런 식으로 해?” 그가 입을 열 때마다 객석에선 여지없이 웃음이 터진다.
당초 말순 역을 놓고 수 백명의 아역배우가 오디션을 봤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김하나가 캐스팅된 건 파격이었다. 말순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다는 조 감독의 판단 덕분이었다. 이 선택은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주연배우 이제훈은 “아이들을 통해 이야기가 완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자칫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 영화를 밝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없어선 안 될 키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잘 뽑은 아역 ‘하나’, ‘환희’를 선사하다… 시선 사로잡는 아역배우들
입력 2016-05-17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