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가 FTA, 신흥국·개도국 배제”

입력 2016-05-16 18:30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주도로 체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한 ‘메가 FTA’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배제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축으로 한 현행 무역질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리 정부 차원의 주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국민일보가 16일 입수한 외교부의 정책 연구용역 ‘G20 무역 분야 성과 제고 방안’ 보고서는 “현행 진행되는 메가 FTA 체제의 분명한 메시지는 개도국과 신흥국에 대한 견제와 배제”라며 “중국과 러시아, 인도, 브라질, 아세안(ASEAN) 등 신흥국 시장권을 배제한 채 경제블록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가 FTA는 자유무역협정의 한 형태로 지역·대륙 간 경제 통합을 지향한다.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중국 주도로 논의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괄하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TPP가 체결되면서 메가 FTA에 관심이 집중됐다.

보고서는 TPP 체결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전략을 강조한 점을 언급하며 “메가 FTA 추세를 통상마찰 구도로 끌고 간 건 세계 통상체제에서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아세안 국가 중에선 4개국만 TPP에 참여한 데 대해선 “단일 경제권으로 통상협상에 참여해 온 아세안 공동체를 와해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메가 FTA는 개도국과 신흥국에 ‘양날의 칼’이다. TPP는 기존 FTA와 다른 높은 수준의 통상규범을 담고 있으며 특히 역내에서 생산된 재료나 공정에 원산지 누적을 허용해 ‘글로벌 가치사슬(GVC·Global Value Chain)’을 구축하고자 한다. 보고서는 “신흥국과 개도국은 TPP 규범을 수용하거나 역외 국가로서 GVC의 혜택에서 배제돼 장기적으로 산업기반에 대한 타격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으로 내몰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메가 FTA는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통상체계에 실질적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WTO 체제와 메가 FTA가 공존토록 하면서 개도국이 메가 FTA에 참여할 때는 유연한 원칙이 적용되도록 G20 차원의 전략적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향후 FTA 협상이 WTO와 병존하고 상충을 방지하는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방향성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합의 도출 시도는 필요하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정치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