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드론 공격에 크게 약화돼 파키스탄 산악지대에 은거 중인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부가 본거지를 시리아로 옮기기로 하고 베테랑 조직원 10여명을 파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미국과 유럽의 정보·반테러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9·11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이 만든 ‘원조’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조직의 미래는 이제 시리아에 있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알카에다 지도부의 움직임은 이미 시리아와 이라크가 주 활동무대인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유혈경쟁이 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시리아에 파견된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본부 건설과 함께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을 통해 ‘영토’를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테러에만 전념할 뿐 영토를 확보하지 않던 알카에다의 기본 전략이 수정됐음을 의미한다.
시리아에 근거지를 확보할 경우 알카에다는 매우 귀중한 기회를 제공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유럽을 손쉽게 공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라크, 터키, 요르단, 레바논을 통해 조직원과 자금을 풍부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방의 반테러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알카에다 핵심 조직원들의 시리아 진출은 중동은 물론 유럽과 미국 정부를 긴장에 몰아넣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글로벌 과격 이슬람주의 주도권 싸움에서 그동안 여론전에 숙달됐고, 더 잔혹한 IS가 알카에다를 압도했다는 게 미국 관리들의 분석이다. 알카에다의 최고 지도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지난 9일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반군 조직의 통합을 촉구했다. 그는 당시에도 “알카에다와 IS의 사상은 다르다”며 “IS는 극단주의자이자 변절자”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에 가담한 외국전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튀니지인들이 미국과 러시아의 공습과 국경통제가 강화되자 리비아의 IS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리비아 내전의 불똥이 인접한 튀니지로 튀어 2010년 말 ‘아랍의 봄’ 이후 유일하게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튀니지마저 이슬람 근본주의에 유린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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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본거지 시리아로 옮긴다… 유럽 인근 중동으로 중심 이동
입력 2016-05-16 18:48 수정 2016-05-16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