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세먼지 줄이려면 부처간 엇박자부터 해소해야

입력 2016-05-16 19:34
우리나라 공기 질이 전 세계 180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173위로 조사됐다. 특히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는 174위를 기록해 충격적이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16일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기 질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 45.51점을 받았다. 지난 수년간 낮아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정신이 팔려 대기오염 대책에 소홀한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서 크게 늘어난 경유차의 대부분이 실제 도로주행에서 인증기준보다 4∼21배나 더 많은 질소산화물을 내뿜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부가 20개 경유차종을 대상으로 도로주행시험을 실시한 결과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41%는 경유차에서 나온다. 경유차에서 주로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2차로 미세먼지를 생성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국내 경유차의 판매비중은 지난 5년간 10%에서 44.7%로 크게 높아졌다. 경유차를 우대하는 정책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세먼지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세우도록 지시하고, 화력발전소와 자동차를 미세먼지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그렇지만 그동안에도 석탄을 연료로 쓰는 화력발전소를 규제하는 방안을 포함해 많은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수립됐다. 지금 다시 논의되고 있는 노후 경유차의 ‘환경지역(LEZ)’ 내 진입금지, 배기가스 기준치 초과 차량의 리콜 의무화, 수도권 공장·발전소의 ‘오염물질 총량제’ 대상 확대 등이 모두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나 비협조로 흐지부지됐다. 즉 문제는 실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2029년까지 화력발전소 34곳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세먼지 대책에 발전소의 청정연료 비중확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권고는 무시됐다. 화력발전소를 증설하겠다고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미세먼지 주범’이라니 같은 정부 안에서 엇박자가 너무 심하다. 환경부와 산업부는 머리를 맞대고 화력발전소 추가 건설계획부터 재고해야 한다. 마침 전력수요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몇 년간 허송세월한 만큼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초미세먼지의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측정망을 확충해야 한다. 무산됐던 저탄소차 협력금제도의 시행, 휘발유 대비 경유의 가격 인상, 강력한 교통수요 억제책 도입 등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6일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면서 경제적 수단을 통한 대기오염 저감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처 간 칸막이를 걷고, 우선순위 재조정을 통해 비용 효율적 대책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