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도, 숙제도 거의 없다. 급식은 무료다. 아이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다. 어디서 무엇을 배울지 아이들이 결정한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 학교의 일상이다.
최근 이런 분위기에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학력 저하가 심화하면서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핀란드 정부가 교육 노선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무너지는 교육 신화=2000년대 초중반까지 핀란드는 비경쟁적이고 학생 친화적인 시스템으로도 학업성취도에서 세계 최상위를 자랑했다. 사교육 광풍으로 유명한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해 더 의미 있는 성과였다. 스웨덴이나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핀란드 시스템을 모델로 삼았다.
세계 60여개국의 15세 학생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국제학력평가(PISA)는 핀란드 교육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였다. 핀란드는 통계가 처음 실시된 2000년 읽기에서 1위, 수학과 과학에서 한국과 일본에 이어 각각 4위와 3위를 차지했다.
최신 통계인 2012년 결과는 대조적이다. 핀란드는 수학에서 12위로 떨어진 데 이어 과학과 읽기에서 각각 5, 6위에 머물렀다. 최근 급증한 이민자 가정 유입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의 성적 하락폭이 크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핀란드 출신 15세 청소년 가운데 8분의 1가량이 학업을 계속할 만큼의 읽기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 학생 중 하루 30분 이상 활자를 읽는 비율은 2000년에서 2009년 사이 절반에서 3분의 1로 줄었다. 스마트폰 문화 확산으로 학업에 대한 관심과 동기가 줄어든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학생과 교사의 정서적 분리 문제도 심각하다. 14∼15세 청소년 중 절반가량은 교사가 자신들 삶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여긴다. 여학생 중 4분의 1가량은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다.
◇‘노키아의 오류’=핀란드의 교육학자 파시 살베리는 “핀란드 교육시스템은 노키아의 오류를 범했다”고 평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혁신을 하지 않아 뒤처졌다는 뜻이다. 유하 일라야스키 핀란드 기술대 총장은 2013년 영국 언론 가디언에 보낸 기고문에 과학과 수학 등 주요과목 상위권 학생이 충분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한다고 적었다.
핀란드 313개 지방자치단체는 오는 8월 ‘배움의 즐거움과 의미’를 회복할 새 교육과정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과학, 문학, 신학을 함께 다루는 학제 간 융합교육 및 현상기반 (Phenomenon-based) 학습으로 학생의 흥미를 최대한 유발하는 게 골자다. 영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가 학칙 강화를 택한 것과 구별되는 핀란드식 해결이다.
물론 무용론도 있다.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최근 극심해진 빈부격차라는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교육이 실시될 경우 가난한 학생의 주요과목 학습시간만 줄여 상태를 악화시킬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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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육, 노키아式 추락?… 학력 급속 저하
입력 2016-05-1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