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시급한 與… “유감” 보훈처에 화살

입력 2016-05-16 18:38 수정 2016-05-16 21:38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해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 도중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따라 부르고 있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도 따라 불렀지만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오른쪽 네 번째)과 박승춘 보훈처장(오른쪽 다섯 번째)은 입을 다물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해 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정치권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여야 3당의 협치(協治) 가능성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당분간 국론 분열만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협력을 끌어내야 하는 여당으로선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을 촉구하는 등 등 대여(對與) 공세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野 협력 필요한데…속앓이하는 與=새누리당은 야당 반발이 거세지자 ‘유감 표명’을 하며 보훈처에 책임을 돌리려는 모양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16일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국론 분열을 피하는 좋은 방법을 검토하라고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훈처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훈처의 재고를 요청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노동개혁 4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정부·여당의 중점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당 관계자는 “지금 정국을 냉각시키면 여당이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에 재고 요청을 한 것 아니냐”며 “다소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기념곡 지정이나 제창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보수단체 등 핵심 지지층까지 반발하면서 국론 분열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제창으로 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러야 하고, 그러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싫으면 안 불러도 되는 절충형을 찾았다는 게 보훈처 설명인 것 같다”고 했다. 박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에 대해 “동참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공동전선 구축하며 총공세 나선 2野=야당은 박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향후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훈처 결정에 국정 최고 결정권자인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기업 구조조정 문제 등을 파고들며 파상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일부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대해선 총선 민의를 외면한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차관급 공직자가 어떻게 대통령과 청와대 지시를 거절할 수 있느냐”며 “만일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지 않는다면 이 정권에 협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 보훈처장이 자기 손을 떠났다고 한 것은 바로 윗선이 박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는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이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에게만 보훈처 결정을 전한 데 대해 “협치의 정신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국민의당 하고만 파트너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전 7시48분 먼저 박 원내대표에게 (전화)하고 우 원내대표에게 전화한 것은 오전 10시39분이었다”며 “그 사이 회의를 길게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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