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정동은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이 조성된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태종 이방원이 강씨의 능을 지금의 정릉동으로 옮겼지만 이름은 남았다. 정동은 1883년 미국 공사관이 처음 들어선 이후 영국·러시아·프랑스·독일 등 열강들의 공관들이 차례로 들어선 외교무대였다. 고종이 일본의 위협을 피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의 현장이고, 대한제국으로 독립을 선포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근대 역사문화의 보고(寶庫)인 정동 일대를 밤에 걸으며 늦은 봄의 정취를 느끼고 도심 야경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5월 27∼28일 정동 일대에서 봄 밤에 떠나는 테마여행 ‘정동야행 축제’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낮의 모습만 익숙했던 정동을, 가장 아름답다는 늦봄 밤늦게까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축제는 야화(夜花·밤에 꽃피우는 정동의 문화시설), 야로(夜路·정동역사를 함께 걷다), 야사(夜史·정동역사체험), 야설(夜設·거리에서 펼치는 공연), 야경(夜景·정동의 야간경관), 야식(夜食·야간의 먹을거리) 등 6개 테마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정동 일대 29곳의 기관들이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국내 최대 피규어&장난감박물관인 ‘토이키노’는 입장료를 50% 할인하고, 밀랍인형 전문 박물관인 ‘그레뱅 뮤지엄’도 성인기준 입장료를 2만3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깎아준다.
특히 평소 출입하기 힘든 미국 대사관저 등 3개 대사관이 문호를 개방한다. 27일에는 영국대사관과 캐나다 대사관이, 28일에는 옛 미국공사관 겸 영빈관 건물이 시민들을 맞이한다.
전문해설사와 함께 하는 정동 탐방 프로그램인 ‘다같이 돌자 정동 한바퀴’에 참여하면 90분 동안 구 러시아공사관, 이화박물관,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중명전 등을 둘러보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7곳 이상 시설에서 스탬프를 찍어오는 관람객에게는 아트캘리그라피 기념증서를 선물로 증정한다.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27일 오후 7시30분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콘서트가 열리고 28일 같은 시각 금난새가 지휘하는 뉴월드 필하노닉 오케스트라의 고궁음악회가 초여름 밤을 수놓는다. 시립미술관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그림자 인형극도 볼 만하다. 1900년대 전후의 시대상을 재현한 ‘덜덜불 골목체험’과 문자를 신호로 전송하는 최초 통신시설인 전신을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밤늦게까지 야행을 즐기는 이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줄 푸드트럭과 야식코너도 운영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근대 역사문화의 ‘보고’ 정동 밤길에 초대합니다
입력 2016-05-16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