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범죄자 처형에 총알도 아까워… 의회에 교수형 부활 촉구할 것”

입력 2016-05-16 18:47 수정 2016-05-16 20:59

“범죄자 10만명을 죽여 마닐라만의 물고기 밥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던 ‘필리핀의 트럼프’ 로드리고 두테르테(71·사진)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의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대통령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사형제 부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AFP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다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약, 강간, 살인, 강도 범죄에 사형제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범죄자를 처형하는 데 드는) 총알도 아깝다”며 “의회에 교수형 부활을 촉구하겠다”고 했다. 필리핀은 2006년 사형을 폐지했다. 다음달 30일 취임하는 두테르테가 발언을 실천할 경우 10년 만에 사형제가 부활한다.

대통령 취임 6개월 내에 모든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던 두테르테는 범죄자나 체포에 저항하는 자를 향한 경찰의 실탄 사살을 허용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앞서 다바오시장 재직 중에도 경찰과 보안군의 실탄 사용을 허용해 범죄를 소탕했다. 이로 인해 두테르테는 ‘징벌자(The Punisher)’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재임 기간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숨진 사람이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필리핀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과 인권 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는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하고 음주를 오전 2시까지 제한하며 미성년자가 오후 10시 이후 보호자 없이 돌아다닐 경우 부모를 ‘어린이유기죄’로 처벌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대통령궁 일부를 병원으로 기증하고 대통령 수송용 헬기를 응급환자를 위해 쓰게 하는 등 여론에 우호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