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식 도입할 필요 있다

입력 2016-05-16 19:34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지 않고 올해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현행 합창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16일 밝혔다. 보훈처는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정부 공식 기념행사에서 특정 노래를 부르는 방식은 합창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당장 공식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요구해 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두 야당은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거론하며 제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 정권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새누리당도 보훈처의 제창 금지를 비판하고 재고를 요청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피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씨와 79년 숨진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 노래곡에 삽입됐던 노래다. 97년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뒤 정부 행사에서 제창됐지만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공연단 합창으로 대체되며 공식 식순에서 빠졌다. 이후 7년 넘게 갈등이 지속됐다.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 회동으로 기나긴 논란에 종지부가 찍히기를 기대했는데 보훈처 결정으로 더 커져버린 것은 유감스럽다. 이 문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선 5·18은 과거 독재정권이 규정했던 ‘폭도에 의한 폭동’이 아닌, 광주시민들의 정당한 의거로 역사적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이 노래에 대해 ‘종북’이라는 이념적 잣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2013년 6월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공식 기념곡 지정 결의안이 통과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아울러 36년 전 5월 민주주의를 외치다 총칼에 쓰러져간 피해자의 유족과 광주시민들이 기념식 참석자 모두가 함께 부르기를 원하는데 정부가 관례 등을 들어 끝까지 거부하는 것은 야박하다. 더 이상 이 노래로 우리 사회가 분열돼선 안 된다. 보훈처는 공식 기념곡 지정은 보류하더라도 국민통합과 유족 위로 차원에서 제창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