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벤틀리 디자이너가 혁신

입력 2016-05-17 04:02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브랜드 디자인을 맡기기로 했다. 기존 모델인 제네시스(개발명 DH)는 G80로 이름을 바꾸고 브랜드 라인업에 정식 편입한 뒤 새롭게 선보일 방침이다. 2020년 브랜드 독립을 꿈꾸는 제네시스의 정체성이 올해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벤틀리 외장 및 선행디자인 총괄 출신 이상엽(47·사진) 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상무는 현대디자인센터장 루크 동커볼케 전무와 함께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할 계획이다. 두 브랜드에서 개발하는 모든 차의 내·외장 디자인, 색상, 소재 등 전 영역에 걸쳐 디자인 혁신도 주도한다.

홍익대 조소과와 미국 아트센터디자인대학 자동차학과를 졸업한 이 상무는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타 디자이너다. 그는 페라리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디자인회사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와 독일 포르쉐 디자인센터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9년 제너럴모터스(GM) 선임디자이너로 카마로, 콜벳 스팅레이 등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특히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범블비’로 잘 알려진 카마로는 초기 콘셉트부터 2008년 양산에 이르기까지 외장디자인을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

이후 이 상무는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스코다 등 다양한 브랜드의 선행디자인을 맡았고 2012년부터는 세계 3대 명차 브랜드로 꼽히는 벤틀리에서 근무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상무는 럭셔리카와 스포츠카 디자이너 중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을 발휘해온 인재”라며 “그가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인 ‘동적인 우아함’을 구현하고,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현대차는 제네시스(DH) 2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인 G80를 공개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가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가솔린 3.3 터보와 디젤 2.2 두 종류 모델로 하반기 국내에 이어 전 세계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현재 제네시스(DH)를 브랜드 제네시스의 차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판매량도 EQ900와 함께 제네시스의 판매실적으로 별도 집계된다. 하지만 브랜드와 차종의 이름이 같고,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에 앞서 현대차 소속으로 팔리던 차량이라는 점에서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 모터쇼를 통해 제네시스의 라인업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 출시된 차량인 EQ900는 지난해 11월 사전 계약을 시작한 이래로 지난달까지 누적 계약 2만7000대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EQ900의 올해 판매 목표는 2만대였는데 1분기도 지나지 않은 지난 3월초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자 현대차는 지난 1월 노사 협의를 통해 EQ900의 생산물량을 연간 3만2000대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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