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추념일 지정 이후 첫 국가의례로 치러진 2014년 제6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공식 식순으로 ‘아름다운 나라’ 노래가 합창됐다. 이 노래는 성악가 신문희씨가 2008년 4월 발매한 2집 앨범 ‘The Passion’에 처음 수록된 곡으로 “아름다운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하다”는 취지의 가사 내용과 한국적 멜로디로 사랑받은 곡이다.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영상,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막식 등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흠 잡을 데 하나 없는 주옥같은 노래지만 4·3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데다 멜로디 또한 추념식에 어울리지 않게 경쾌해 당시 정부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관련 단체들은 국가추념일로 지정되기 전엔 4·3사건의 비극을 노래한 안치환의 ‘잠들지 않는 남도’, 제주 민중가수 최상돈의 ‘애기 동백꽃의 노래’ 등을 추모곡으로 불렀다. 그러나 정부는 공식행사에서 이 노래들이 불리는 걸 원치 않는다. 추모곡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올 추념식 때 합창을 아예 식순에서 빼버렸다.
현재 국경일과 기념일로 지정된 날은 총 81일에 이른다. 광복절 등 5대 국경일과 46개 정부기념일, 개별 법률에 규정된 30개 기념일이다. 5대 국경일 행사에선 3·1절 노래, 제헌절 노래, 광복절 노래, 개천절 노래, 한글날 노래를 부르지만 정부 지정곡은 아니다. 애국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0년에야 행정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국민의례 규정에 ‘애국가 제창’을 포함시켰을 뿐이다. 이래서 이석기 전 의원이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막말을 한 게다.
5·18 민주화운동기념일을 앞두고 기념식에서 부를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할지, 제창할지를 놓고 보수와 진보가 충돌, 국론이 또다시 두 동강 났다. 몇 년째 되풀이되는 갈등이다. 추모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우리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4·3과 5·18이 현재진행형이란 착각마저 들 정도다.
이흥우 논설위원
[한마당-이흥우] 기념일 노래
입력 2016-05-16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