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랑 놀지 마, 투명인간 취급해”… 왕따 부추긴 교사

입력 2016-05-16 19:03
“단돈 100원이라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사실이 있으면 모두 적어 내라.” 2013년 5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 4학년 3반 교실에서 담임교사 남모(54·여)씨는 학생들에게 종이를 돌렸다. 황모(10)양이 친구의 돈을 빼앗은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한 학생이 “700원을 빌려주고 돈을 받지 못했다”고 적어냈다.

남씨는 학생들 앞에서 황양을 향해 “나쁜 짓을 했으니까 한 달 동안 반성 기간”이라며 “책상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말라”고 했다. 그는 2∼3주간 황양을 교실 맨 뒷자리에 앉혔다. 같은 반 학생 학부모에게 “아이가 황양의 나쁜 짓을 따라한다. 같이 놀지 못하게 하라”고 전화를 하기도 했다. 학생 20여명을 차례로 불러 “황양을 투명인간 취급하라”고 주문했다.

황양에게는 “투명인간 취급 받으니 어때. 무시당하는 기분이 어때”라고 물었다. 이후 황양이 같은 반 친구 일부에게 ‘친하게 지내자’는 편지를 주자 “황양에게 편지 받은 사람 손들어 봐”라고 말하며 편지를 회수했다. 남씨는 황양이 스스로 편지를 찢게 지시했다.

남씨는 황양의 외삼촌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언쟁을 벌여 황양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도 “교사의 교권 행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훈육 행위”라고 맞섰다.

하지만 1심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생은 영원한 영향력을 안겨주는 사람이다. 그 자신도 그의 영향력이 어디쯤 가서 멈출 것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헨리 애덤스의 말을 인용했다. 벌금형은 16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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