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풀리네… ‘개점휴업’ 유럽파

입력 2016-05-16 21:52

한국 축구는 유례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은 8전 전승(부전승 1회)으로 가볍게 통과했다. 한때 빛바랬던 ‘아시아 최강’의 위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모습이다.

하지만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 표정은 어둡다. 소속팀에서 ‘벤치 워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득점은커녕 출전기회를 잡는 것조차 어려운 사실상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대표팀에서 주전급인 유럽파는 모두 8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3명, 독일 분데스리가에 5명이 있다. 하지만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 홍정호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나 관중석에서 보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지난해 8월 아시아 선수 사상 최고 몸값(400억원)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독일 레버쿠젠의 에이스였던 만큼 성공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골을 넣지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에 녹아들지도 못했다. 출전시간은 갈수록 줄었다. 리그에서 28경기를 소화했지만 15경기는 교체 출전이었다. 정규시간 종료를 앞두고 투입돼 고작 5분 안팎을 뛴 경기도 많았다. 그렇게 한 시즌 동안 8골을 넣었다. 리그에선 4골이다. 그나마 폐막을 3경기 남기고 서둘러 2골을 추가한 기록이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이 부임한 지난 1월부터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뇌진탕 증세와 발목 부상의 악재까지 만났다. 지난 8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3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시즌 2호 골을 넣고 화력시위를 벌였지만 그가 오래 비운 팀의 허리엔 이미 잭 코크와 르로이 페르가 자리를 잡았다.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의 상황은 심각하다. 박주호와 김진수는 1월부터, 이청용은 3월부터 자취를 감췄다. 모두 부상 없이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이청용은 폐막을 앞두고 앨런 파듀 감독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1회 주급(5000만원)에 해당하는 벌금 폭탄까지 맞았다.

구자철, 홍정호의 꾸준한 활약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두 선수의 존재감은 팀 내에서 뚜렷하다. 구자철은 8골을 넣은 팀 내 최다 득점자다. 홍정호는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를 잡았다. 후방을 든든히 지키면서도 2골을 넣었다. 하지만 같은 팀의 지동원은 웃지 못했다. 시즌 초반 2골을 넣었지만 이후부터 백업 요원으로 밀려 출전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