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을 아는 ‘상남자’ 그들은 이발소 간다

입력 2016-05-16 19:16
바버숍에서 습식면도를 하고 있는 모습. 이마트·포시즌스 호텔 제공
지난 3일 오픈한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에 입점한 바버숍 ‘BARBARIAN H’의 실내 모습. 이마트·포시즌스 호텔 제공
이마트가 최근 ‘남자들의 놀이터’를 표방하고 오픈한 일렉트로마트 판교점과 영등포점에서 가장 인기 높은 코너 중 하나는 바버숍이다. 판교점은 지난 3일, 영등포점은 지난달 26일 각각 오픈했다. 양쪽 매장에 모두 1960∼70년대 클래식한 영국의 바버숍 분위기를 재현한 ‘BARBARIAN H’가 자리 잡고 있다.

바버숍이 남성들을 겨냥한 매장에는 필수 코너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2월말 증축·리뉴얼 오픈하면서 6층 남성전문관에 남성전용 바버숍 ‘헤아’를 열었다. 50㎡ 규모다.

국내 최초의 남성 편집숍으로 꼽히는 ‘란스미어’는 지난해 10월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오픈하면서 바버숍을 들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찰스 황태자 등이 주로 이용한다는 영국의 바버숍 ‘트루핏앤힐’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6층 남성전문관에도 마제스티 바버숍이 들어와 있다. 69.3㎡ 규모에 바버존(5석), 스파존(2석), 셰이빙용품존으로 구성돼 있다.

유통 매장뿐만 아니라 호텔가에도 바버숍이 등장했다. 지난 3월말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9층에 남성 전용 ‘헤아’를 오픈했다.

홍대앞에서 시작된 국내 바버숍이 유통매장과 호텔로 들어오면서 이용자가 더욱 늘고 있다.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의 바버숍은 오픈한 지 2주밖에 안됐지만 인기가 수직 상승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16일 “바버숍이 생겼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빈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손님이 꽤 많다”고 전했다. 신세계 강남점 헤아에는 하루 평균 10∼15명이 손님이 찾고 있다. 지난 2월 26일부터 5월 10일까지 매출이 예상 매출보다 20%가 넘을 정도로 인기다.

1980년대만 해도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장원이었다. 남자들이 ‘동네사랑방’이던 이발소 대신 여자들의 ‘수다방’인 미장원의 단골손님 목록에 오른 것은 1990년대. 1995년 5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성 7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4.3%가 ‘가장 최근에 이발한 곳’으로 미장원을 꼽았다. 20대는 53.6%로 절반이 넘었다.

남자들이 그동안 여자들과 함께 이발하고 염색, 펌을 하던 뷰티숍을 떠나 회귀하는 바버숍은 예전의 이발소와는 다르다. 신사의 본고장인 영국식을 강조하는 바버숍들은 실내인테리어부터 멋스럽다. 마치 옛날 영화에 나오는 영국 이발소처럼 멋을 내고 있다. 남성 고객들의 얼굴과 체형을 고려해 맞춤형 헤어스타일을 제안하고 이발 염색 스타일링 두피케어를 해준다. 헤어스타일링과 관련된 제품을 추천해주고 즉석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뷰티숍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그래서 한때 잊고 지냈던 습식 면도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

최근 아내의 단골 뷰티숍에서 이발을 하다 바버숍으로 옮겼다는 김주식씨(45·직장인)는 “남성 전문가에게 이발을 하고 면도를 받으면서 상남자가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에 하얀 거품을 잔뜩 바른 채 ‘쓱쓱’ 면도칼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 순간 아버지의 향수를 느꼈다”면서 뷰티숍은 이제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버숍 이용료는 커트가 2만2000원에서 7만원대, 펌은 7만7000원에서 17만원대, 면도는 3만원에서 6만원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