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혁신하겠다”… 비박 ‘젊은 피’에 당 재건 중책

입력 2016-05-16 04:02
김용태 신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오른쪽)이 15일 정진석 원내대표와 함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뼛속까지 혁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구성찬 기자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비박(비박근혜)계 3선 김용태(48) 의원이 선임됐다. 4·13총선 참패로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 무기력한 집권여당을 재건할 임무를 부여받은 김 의원은 일성으로 “뼛속까지 모든 것을 바꾸는 혁신”을 다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의 떠나간 마음을 되찾고 신뢰를 되찾는 일이야말로 혁신위의 목표가 돼야 한다”며 “그 일을 앞장설 사람으로 당의 젊은피 김 의원이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패배 순간보다 지난 한 달간이 더 참담했다. 지난 한 달간 국민들은 새누리당에 매를 쳤고 ‘너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느냐’고 물었지만 당은 얼토당토않은 대답을 하며 딴청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국민 속에서 국민의 눈으로 혁신하도록 하겠다”며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뼛속까지 모든 것을 바꾸는 혁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선거 패배 원인을 제공한 계파갈등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양천을에서 3선에 성공한 김 의원은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대권을 모색할 무렵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추천으로 캠프에 합류,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당 안팎에선 정 원내대표가 김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한 것을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해석하고 있다. 비대위와 쇄신 기구를 분리, ‘무늬만 혁신위’라는 비판이 일고 “친박(친박근혜)계 의도대로 당이 흘러간다”는 관측까지 제기되자 정 원내대표가 가장 개혁적인 목소리를 냈던 비박계 의원을 기용하는 ‘파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과 비교해 김 의원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쇄신안을 차기 지도부가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작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당 쇄신 활동과 관련한 사실상의 전권을 부여하기 위해 관련 당헌을 개정키로 했다. 혁신위가 당 쇄신안을 반영해 마련한 당헌·당규 개정안은 비대위를 거치지 않고 자체 의결만으로 바로 상임 전국위와 전국위 소집을 요구해 의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속 의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급여 삭감, 불체포특권 폐지 등 국회의원 기득권 포기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 개정안 등도 의원총회 의결 없이 바로 당론으로 채택할 방침이다.

다만 혁신위가 오는 8월 20일 전후 치러질 전당대회까지 3개월 동안 곳곳에 널린 암초를 피해 제대로 된 쇄신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당 안팎에선 당 쇄신 작업 과정에서 불거질 총선 참패 책임론과 ‘친박 2선 후퇴론’에 당권 장악을 노리는 친박계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누그러뜨릴지가 쇄신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현행 집단지도체제 및 당권·대권 분리 규정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발표된 비대위원 명단에도 비박계 의원이 대거 포함됐다. 친박계 재선 한기호 의원을 제외한 3선 김세연 김영우 이진복 홍일표 의원과 재선인 이혜훈 3선 당선인, 정운천 초선 당선인 등은 대부분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등과 가까운 비박계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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