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업 광고 거절에 감사”… 근로정신대 할머니, 송혜교에 편지

입력 2016-05-15 21:24

“송혜교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일제 강점기인 1944년 나주초등학교 6학년 재학 중이던 14살 때 일본인 교장선생과 일본 헌병이 우리교실에 와서….”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에 시달린 근로정신대 양금덕(84) 할머니가 여배우 송혜교씨에게 감사편지(사진)를 보내 화제다.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자동차 측의 광고 제의를 거절한 데 대한 감사의 뜻에서다. 15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양 할머니가 송씨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어린 나이에 강제노역에 고통받은 양 할머니는 편지에서 “우리나라 대통령도 못한 훌륭한 일을 송 선생님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눈물이 나고 가슴에 박힌 큰 대못이 다 빠져나간 듯 기뻤다. 날개가 달렸으면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양 할머니는 “돈이 문제가 아니고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미쓰비시한테 사죄받는 것이 첫 번째 바람이다. 기필코 사죄를 받아야 저세상 가더라도 눈을 감고 가겠다. 이 한 목숨 다할 때까지 도와주신 여러분과 힘을 합해 꼭 싸워 이겨내겠다”며 “장한 결심을 해 주셔 감사하다”고 밝혔다. 양 할머니는 전남 나주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하던 1944년 5월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좋은 공부도 시켜준다. 중학교도 갈 수 있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현해탄을 건넜다.

양 할머니는 10대의 어린 나이에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동원돼 1년6개월 동안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갖은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임금 한푼 받지 못하고 일본인 위안부로 몸을 팔았다는 오명을 들으며 귀국했다. ‘태양의 후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송씨는 지난 3월 미쓰비시자동차 중국 CF 모델을 제안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