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출신이 ‘정운호 법조로비’ 의혹 핵심… 현직 검사들 ‘긴장’

입력 2016-05-15 18:38 수정 2016-05-16 10:46
‘정운호 법조로비’ 사건 수사에서 거물급 ‘전관(前官)’ 홍만표(57) 변호사가 실체 규명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검찰이 “제기된 의혹은 모두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홍 변호사가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전화 변론’을 통해 수사 결과를 왜곡시켰는지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사건 처리나 재판 절차에 관여한 현직 검사들에 대한 조사도 어떤 식으로든 진행돼야 할 상황이다.

홍 변호사는 2013∼2014년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수사할 때부터 변호를 맡았다. 2012년 6월 마카오 카지노 3곳에서 300억원대 도박을 했다는 첩보에서 시작된 수사였다. 홍 변호사는 네이처리퍼블릭 고문으로서 경찰 단계부터 변호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다년 계약을 맺고 매월 고문료를 지급한 것은 지난해부터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2014년 7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역시 그해 11월 1차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그런데 정 대표는 이후 직접 두 차례 마카오 카지노를 방문, 자신이 카지노에 출입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동영상과 녹취록 등을 구해 검찰에 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2월 수사를 재개했지만 나흘 만에 다시 무혐의 결정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정 대표 사건은 수사검사 전결(專決)로 처리됐다”며 “신원불상의 제보자가 경찰에 정 대표 명의로 된 카지노 마일리지 적립 내역을 냈지만 정작 수사 협조를 거부했고, 정 대표도 혐의를 부인해 처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수사 관계자는 “담당 검사가 독하게 조사해 보려고 수사 재개까지 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정 대표는 2차 무혐의 이후 7개월여 만인 지난해 9월 상습도박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는다. 이때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맡았다. 강력부는 10월 21일 정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기업인 도박 사건에 흔히 함께 적용되는 횡령은 제외됐다. 정 대표와 같은 날, 같은 검사에게 기소된 건축폐기물 처리업자 임모(54)씨는 상습도박 혐의와 회삿돈 42억원 횡령죄가 함께 적용됐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워낙 돈이 많은 정 대표가 회사 계좌에 수시로 개인 돈을 넣고 빼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네이처리퍼블릭이 개인회사 성격이 강한 비상장 회사라 횡령 처벌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다만 검찰 선배인 홍 변호사가 원정도박 이외의 경영 비리까지 수사가 번지는 것을 막았을 개연성은 여전히 있다.

이번 법조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정 대표의 회삿돈 횡령 혐의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 특수1부가 횡령으로 횡령 혐의를 입증해 기소한다면 7개월 전의 수사가 부실했거나, 봐줬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홍 변호사는 경찰·검찰 수사 전 과정에서 정 대표를 변호했다. 정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홍 변호사에게 경찰 수사 시 3억원, 검찰 수사 시 3억원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대표가 홍 변호사 보호를 위해 수임료를 낮춰 진술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황인호 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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