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쿡] 사찰 훼손 사과한 손원영 교수

입력 2016-05-15 21:10

지난 1월 중순 한 60대 남성이 경북 김천의 한 사찰 법당에 들어가 불상과 법구 등을 부순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 절의 주지에게 “내가 교회에 다녀보니 절은 미신이고 우상이더라. 나는 기독교 신자로서 할 일을 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시 주지였던 분을 비롯해 이 사찰의 불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건이 알려진 뒤 서울기독대 교수이자 예술목회연구원 원장인 손원영(51·사진) 교수가 불교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글을 썼습니다. 이어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는 말씀을 바탕으로 이 사찰을 위한 모금을 제안했습니다. 손 교수는 “미안한 마음과 용서를 구하는 마음을 갖고 나부터 작은 실천을 하기로 했다”고 했지요.

그 남성이 기독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그 일을 했다는 것이 마음 아팠던 것입니다. 석가탄신일인 어제가 모금 마감일이었습니다. 손 교수의 제안 취지에 공감하는 수십 명의 크리스천이 1만, 5만, 10만 원씩을 냈습니다. 적지 않은 정성이 쌓였습니다. 손 교수는 해당 사찰에 기부 의사를 전했지요.

사찰 측은 “우리를 위로하려는 그 마음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후원금은 더 의미 있는 다른 일에 쓰면 좋겠습니다”라며 기부를 사양했습니다. 그래서 손 교수와 모금 참여자들은 고민 끝에 이 성금을 종교 평화를 위한 토론 모임인 ‘레페스(REPES·REligion and PEace Studies)포럼’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기독교인은 이웃 종교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까요. 예수님은 당시 유대교인들이 배척하던 이방인에게 온유했습니다.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다”며 자신이 누구인지 상세히 말해 주었습니다(요 4:3∼30). 사마리아인을 포함한 한센병 환자 열 명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자 이들 모두의 병을 고쳐주었습니다(눅 17:11∼19).

예수님은 이방인을 겸손히 대했고 이들을 긍휼히 여겼습니다. 지금 이 땅에 오신다 해도 같을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을 핍박하거나 괴롭게 한다면 같은 이유로 마음 아파하셨을 것입니다. ‘사랑’이자 ‘평화’이신 예수님과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신학자 한스 큉은 “종교 평화 없이 세계의 평화는 없다”고 말했지요. 하지만 자기가 믿는 신의 이름으로 살상을 저지르는 이들이 세계 도처에 있습니다.

손 교수는 15일 모금을 마무리하면서 후원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큰 고통을 겪은 사찰 관계자와 불자님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우리 사회가 더 아름다운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로 나아가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예수님의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