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소득 높을수록 남편 육아·가사시간 ↑

입력 2016-05-15 18:24 수정 2016-05-15 19:02
서울 마포구에 사는 한모(36)씨는 아내보다 벌이가 적다. 아내 월급이 100만원 넘게 많다. 한씨는 공공기관에 다니는데 연봉이 높은 기관도 아니고, 취업을 늦게 하는 바람에 호봉도 많이 쌓이지 않은 데 반해 아내 직장은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야근, 회식이 많은 아내를 대신해 네 살배기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찾아오는 것은 한씨 역할이다. 육아휴직도 아내가 아닌 한씨가 했다. 집안일도 주말에는 한씨와 아내가 비슷하게 하지만 평일만큼은 거의 한씨 담당이다.

맞벌이 아내의 임금이 높을수록 남편의 육아·가사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한국노동경제학회에 기고한 논문 ‘부부의 시간배분 결정요인: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에서 통계청의 ‘2014년 생활시간 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2014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보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내의 평일 육아시간은 남편보다 약 3.5배, 가사시간은 약 9.2배 길었다. 기본적으로 남편의 육아·가사시간은 아내보다 적었다. 그럼에도 남편의 육아·가사시간을 늘어나게 하는 요인은 있었다. 아내의 임금이 높아질수록 남편의 육아·가사시간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사시간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아내의 임금이 높아질수록 부부 사이에 아내의 가사시간 교섭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아내의 가사시간이 감소하고 그 부족분을 남편이 메우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내의 학력이 높은 것도 남편의 육아·가사시간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이한 점은 아내의 육아시간은 남편이나 아내 자신의 임금과 무관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내가 임금이 높아져도 아내의 육아시간은 일정하다는 의미다. 조 연구위원은 “여성의 육아는 전통적으로 형성된 성역할 가치관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와 같은 결과는 선진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2010년 영국·프랑스에서도 같은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두 국가 모두에서 아내의 임금이 증가하면 남편의 육아·가사시간이 늘어나는 결론이 도출됐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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