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前 장관·前 장성… 정운호 로비 의혹 ‘브로커 李’ 호화 인맥

입력 2016-05-16 00:00 수정 2016-05-16 00:16
'정운호 법조비리'의 핵심 브로커 이모씨가 2014년 12월 정관계의 유력 인사들과 가진 송년 모임에서 촬영된 사진.

‘정운호 법조비리’의 핵심 브로커 이모(56)씨는 검찰 수사를 피해 도주하기 직전까지 서울 용산구의 한 고급 빌라 3층에 머물렀던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미납된 이씨의 인터넷·케이블방송 요금 독촉장이 빌라 우편함에 담겨 있었다. 그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만나 선처를 로비한 시기가 지난해 12월이다. 이씨는 검찰의 법조비리 사건 수사 착수 이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씨가 지내던 집에 새로 들어온 세입자는 달아난 이씨가 남긴 짐을 빌라 옥탑에 옮겨뒀다. 포장을 채 뜯지 않은 가구와 표구된 서예 작품, 이불 등 침구가 그대로 보관 중이었다. 그의 화려한 인맥을 짐작케 하는 사진들도 짐 사이에서 발견됐다. 옷가지들 틈에는 호남향우회와 대한건설협회의 행사 기념 수건들도 보였다.

국민일보는 이씨가 2014년 12월 주요 인사들과 가진 한 모임의 송년행사 사진을 확인했다. 폭력조직 범서방파가 경영에 관여했고 이씨가 부회장으로 있던 호텔에서 열린 행사였다. 수도권에 골프장을 보유한 맹모(88) 회장이 모임의 명예회장이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2014년 베트남 지역에서 37억원대 도박을 저지른 혐의로 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었다. 검찰이 당시 폭력조직과 연계된 동남아 원정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긴 기업인 12명 중에는 맹 회장과 정운호 대표가 있었다.

이씨가 총무를 맡은 이 모임은 정관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인사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조직에 몸담았고 이후 저축은행 로비 자금을 수수한 의혹까지 받은 L씨, 총무처와 행정자치부에서 장관을 역임한 K씨, 군 장성 출신으로 자유총연맹 회장을 역임한 K씨 등이 모임에 참석했다.

이씨는 평소 고교 인맥 등을 강조하며 청와대와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 현직 검사를 자신의 목적대로 ‘동원’할 수 있다고 과시해 왔다. 2014년 경찰의 정 대표 원정도박 조사 과정에서 정 대표를 대리한 홍만표(57) 변호사도 이씨와 고교 동문이다. 이번에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홍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최소 6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국민일보 5월 13일자 1·10면 참조).

이씨가 머물던 곳에서 도보로 30초 거리에는 이씨, 정 대표 등과 친분을 유지해온 또 한 명의 브로커 박모(43)씨가 거주하고 있었다. 박씨는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 수사 때 경찰관들을 부적절하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별개의 사건으로 기소돼 현재 보석 석방 중인 박씨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도주 전까지 이씨는 빌라를 소유한 김모(46)씨에게 월세를 지불했다. 김씨는 인근에 살던 박씨와 업체를 설립해 인수·합병(M&A) 컨설팅, 엔터테인먼트 일을 동업하기도 했다. 김씨는 국민일보를 만나 “이씨와는 임대인·임차인 이상의 관계가 아니다”며 “이씨는 알려진 것과 달리 돈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머물던 용산구 빌라에는 검찰 특별검거팀이 다녀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양민철 이가현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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