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역사 간직한 소록도, 치유 공간으로 재탄생

입력 2016-05-15 20:06 수정 2016-05-15 21:25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이 17일 개원 100주년을 맞는다. 소록도병원은 한센병박물관을 개관하는 등 ‘편견과 차별의 역사’를 ‘치유와 소통의 공간’으로 바꿨다. 소록도 입구에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옛 병사(왼쪽 사진)는 한센병박물관 방문객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됐다. 국립소록도병원 제공

편견과 차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국립소록도병원이 17일로 문을 연 지 100년을 맞는다. 소록도병원은 한센병박물관을 새로 여는 등 치유와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소록도 곳곳에는 한센인이 겪어야 했던 아픔의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지금은 현대식 병원과 거주지에서 한센인 500여명이 치료·보호받고 있지만 한때 이곳은 강제 노역과 폭행·감금 등으로 얼룩졌었다. 소록도병원의 시작은 1916년 2월 일제가 한센병 환자 전문 수용시설로 ‘자혜의원’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자혜의원은 이듬해 5월 17일 정원 100명에 환자 73명으로 정식 개원했다.

일제는 34년 병원 이름을 ‘소록도 갱생원’으로 바꾸고 규모를 늘렸다. 환자 수는 35년 3700명, 37년 4700명, 38년 5000명, 40년 6100명 등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늘어나는 환자를 관리하는 방법은 ‘통제’였다. 당시 총독부는 환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폭행과 감금, 단종수술 등을 자행했다. 광복 후 병원을 운영하던 일제는 물러갔지만 혼란은 한동안 계속됐다. 정부는 68년 전국 5개 나병원을 통합해 ‘국립나병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82년 국립소록도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환자 치료와 보호에 매진해 오고 있다.

소록도병원은 기념식을 개최하는 17일 한센병박물관을 개관한다고 15일 밝혔다. 박물관은 2006㎡ 부지에 한센병, 인권 등을 주제로 하는 6개 상설 전시실을 갖췄다. 한센인들의 생활유품 등 문화재 등록을 추진 중인 다양한 자료를 선보일 예정이다. 소록도 입구에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옛 병사(病舍)도 방문객을 위한 ‘기억과 감성 공간’으로 새단장했다.

기념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남지사 등 정관계 인사와 한센인 5000여명이 참석한다. 소록도병원 약사로 자원해 활동하고 한센인 자녀 교육비 지원 등에 기여한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 김정희 대표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이 수여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