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위축, 물가폭등, 생필품 부족으로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면서 남미 좌파블록의 한 축이었던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결정으로 브라질에서 13년 좌파정부가 위기에 놓인 것과 상황이 비슷하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 수개월 안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대규모 폭력사태가 분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익명의 미 정보 당국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마두로가 국민소환투표는 그럭저럭 막고 있으나 권력 장악력이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고 있다면서 측근의 반란이나 군부 쿠데타로 축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베네수엘라에서 본격적인 폭력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비슷한 우려와 불안감이 베네수엘라 정부 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당국자들이 쿠데타 가능성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13일 발령한 전면적 국가비상사태에 따라 가동을 중단한 공장을 몰수하고 해당 공장의 소유주를 체포하라고 선언했다. 해외 국가의 위협에 맞서는 군사훈련도 명령했다. 그는 비상사태를 내린 이유로 “미국이 파시스트 베네수엘라 우파의 요청을 받아 불안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두로는 지난 1월에도 행정명령을 발동해 의회의 동의 없이 세금·외환 거래에 비상조치를 취하는 경제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두로는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우리는 부르주아에 의해 마비된 생산능력을 되찾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국가를 파괴하기 위해 (생산을) 중단하려는 사람들을 붙잡아 수갑을 채워 교도소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베네수엘라 최대 식품 및 음료 제조사인 폴라그룹은 “정부의 잘못된 행정으로 보리를 더 이상 수입할 수 없어 맥주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의 원유 매장량으로 고유가 시절 막대한 오일머니를 자랑했던 베네수엘라는 2014년 이후 유가가 폭락하자 심각한 재정불안과 스태크플레이션(경제침체 속 물가급등)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4분기 베네수엘라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외화가 고갈되면서 생필품 수입이 막혀 물가는 세 자릿수로 폭등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공식 인플레이션율은 180%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700∼800%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카라카스에는 시민들이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기 위해 상점 앞에서 길게 늘어선 줄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인권단체 ‘베네수엘라 사회적 충돌 관측소’는 올해 1분기에만 107건의 약탈 또는 약탈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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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남미 좌파 정권… 이번엔 베네수엘라?
입력 2016-05-15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