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수사가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넘어 유통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옥시의 전직 외국인 임원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판매와 증거인멸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이번 주를 기점으로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며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2006년부터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포함된 자체브랜드(PB) 상품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했다. 홈플러스는 2004년부터 PB 상품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를 판매했다. 정부 조사에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상품에 따른 사망자는 각각 22명, 12명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16일 두 회사의 PB 상품을 제조한 용마산업 대표 김모씨를 소환해 조사한다. 이후 두 회사의 실무자와 임원진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의 각종 유해성 증거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된다. 검찰은 옥시가 지난 2월 압수수색을 앞두고 임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대거 삭제하고 각종 보고서를 파기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옥시 영국 본사가 증거인멸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옥시의 전직 외국인 임원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옥시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미국인 존 리(48), 이후 2012년 10월까지 옥시 경영을 책임진 인도 국적 거라브 제인(47) 등이 주요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영국 본사와 한국법인을 잇는 연결고리로 본사에 경영 현안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당시 실무자들을 먼저 조사한 뒤 외국인 임원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리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구글코리아 사장을 맡고 있다.
앞서 검찰은 안전성 검사 없이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피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로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와 전 연구소장 김모(55)씨, 전 선임연구원 최모(45)씨를 14일 구속했다. 유해물질을 섞은 ‘세퓨’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는 오모(39)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도 함께 구속됐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436명을 모집해 16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판매사 등 기업 19곳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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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다음 타깃은 롯데마트·홈플러스
입력 2016-05-15 18:32 수정 2016-05-15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