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수일가 사익편취로 첫 제재대상 된 현대그룹

입력 2016-05-15 19:30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적발돼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 등 4개 회사에 과징금 12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2월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금지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이후 이를 적용해 처벌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부당지원 규모가 큰 현대로지스틱스는 검찰에도 고발키로 했다. 하지만 현정은 그룹 회장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 관여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대상에 올리지 않은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점에서 프린터 등 복합기를 임차할 때 제록스와 직거래하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현 회장의 동생 현지선씨 남편 변찬중씨가 소유한 업체 HST를 거래 단계에 끼워넣어 거래수수료 10%를 줬다. 이 같은 ‘통행세’로 HST는 실질적 역할 없이 지난해 2월부터 4억6000만원의 부당 지원을 받았다. 현대로지스틱스 역시 변씨 소유의 택배운송장 납품업체 쓰리비에 기존 운송장 구매 단가보다 최대 45% 비싼 가격으로 일감을 몰아줬다. 부당지원액은 2011년부터 4년간 56억여원에 이른다. 이를 위해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중소기업 거래처와 계약기간이 1년 정도 남아 있었음에도 이를 해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일감 몰아주기는 우리 사회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해친다. 총수일가가 그룹 지배력을 통해 자신들의 ‘개인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면 건전한 시장경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의 경쟁 기회를 아예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총수일가의 편법 상속·증여로도 악용된다. 그만큼 기업 및 주주 가치는 훼손된다. 현대그룹 외에 당국이 조사 중인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4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철저히 규명돼야 하는 이유다.

공정위로서는 혐의 입증 능력을 키워야 한다. 4년 전 SK그룹이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은 지난 3월 대법원에서 패소한 바 있다. 앞으로도 공정위 조치에 반발해 대기업들이 소송에 나설 수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철저한 조사와 법리 분석 등으로 실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감시 강화와 엄중한 처벌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