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현지 호평을 받았다.
14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뤼미에르 극장에서 ‘아가씨’ 기자 시사회가 열렸다. 전 세계 취재진 3000여명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속한 ‘아가씨’는 57회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62회 심사위원상(‘박쥐’)을 수상한 박 감독의 세 번째 칸 진출작이다.
영화는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재해석했다.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사기 공모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 그리고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현지 반응은 다소 호불호가 갈린다. 영국 영화 전문지 스크린데일리는 평점 2.2점(4점 만점)을 매겼다. 유럽권 일부 매체는 별 1개를 주기도 했다.
반면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아시안 영화가 가진 모든 장점이 이 영화에 담겼다”며 “도착적인 대사와 노출이 있지만 결코 저급하진 않다”고 호평했다. 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동서양 문화가 혼재하고 근대화가 진행되던 1930년대 모습을 시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경쟁부문 중 하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부산행’은 이날 0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연 감독과 출연배우 공유·정유미·김수안이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이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KTX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점이 다른 좀비 영화와 차별화된다.
상영이 끝난 뒤 객석에서는 5분여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를 곧 영화에 대한 극찬으로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 국제영화제에서는 의례적인 절차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존중의 의미다. 다만 호평을 내놓은 매체가 적지 않다. 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쉴 틈 없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만큼 통렬하고 가식 없는 유머도 있다”면서 “연 감독의 성공적인 실사영화 데뷔”라고 평했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또 다른 영화 ‘곡성’은 18일 현지에서 상영된다. 지난 11일 개봉해 흥행 중인 영화가 칸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나홍진 감독과 주연배우 곽도원·천우희 등은 공식 일정에 맞춰 칸으로 향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아가씨’ ‘부산행’ 칸영화제 사로잡다
입력 2016-05-15 20:05 수정 2016-05-15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