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지자체 ‘錢의 전쟁’… 재정 개혁 vs 재정권 침해

입력 2016-05-15 22:15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전(錢)의 전쟁’이 시작됐다. 먼저 행정자치부가 지난달 22일 지방재정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수원시, 성남시, 고양시 등 경기도 6개 시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재정권을 침해하는 ‘개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수원, 성남 등은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다음 달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서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의 핵심은 시·군 조정교부금 배분 기준을 바꾸고, 법인지방소득세 일부를 공동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시·군 조정교부금은 도세의 27%(50만 이상 시는 47%)를 인구수, 재정력, 징수실적을 기준으로 시·군에 배분하는 재원이다. 올해 4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배분 기준을 현행 인구 수 50%, 재정력 20%, 징수실적 30%에서 인구 수 40%, 재정력 30%, 징수실적 30%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구 수가 많은 지자체는 불리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유리해진다. 인구 수가 100만명 내외인 수원시, 고양시, 성남시, 용인시가 반발하는 이유다. 조정교부금 배분방식 변경으로 인한 재정감소는 지난해 결산기준으로 6개 시에서 5262억원이 줄어든다. 전체 조정교부금의 절반(44.3%)이 깎이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인구 수가 많을수록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국가보조사업과 매칭된 지자체 지출이 많아져 보조금을 늘리는 것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자부는 또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의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 특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보통교부세가 교부되지 않는 시·군에 조례가 정하는 금액을 우선 배분할 수 있고 경기도 조정교부금 배분 조례는 해당 시·군이 재원조성에 기여한 금액의 90%를 우선 배분토록 하고 있다. 이 특례조항을 폐지할 경우 6개 시는 직격탄을 맞는다.

이와 함께 현재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 중 50%를 도세로 전환한 후 시·군에 균등하게 배분할 경우 수원 등 4개 시에서 2998억원이 삭감된다. 전체 법인지방소득세의 34.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염태영 수원시장 등 6명의 시장은 지난 11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지방재정개혁 추진방안에 따르면 경기도 6개 시의 예산은 시별로 최대 2700억원, 총 8000억원 이상이 줄어들어 재정파탄 상태가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이 표면적으로는 지자체간 재정형평을 강조하고 있지만 성남시의 청년배당 등 정부 방침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지자체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2일 ‘성남시 재정파탄 저지를 위한 주민설명회’에서 “정부가 성남시민의 세금을 뺏어가려 한다”며 “당장 내년에 1000억원의 예산이 줄면 3대 복지, 교육지원, 노인일자리, 사회복지 종사자 지원, 보훈수당 등 모든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