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노골화된 北 ‘김일성 복고전략’

입력 2016-05-15 18:25

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내놓았다는 ‘휘황한 설계도’는 결국 ‘주체로의 복고’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 체제의 ‘황금기’였던 60, 70년대를 주민들에게 상기시켜 체제 정당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얻겠다는 포석이지만 시대착오적 정책 노선 때문에 체제를 더욱 위기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김정은(얼굴) 노동당 위원장은 당 대회가 끝난 직후 민생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보도 시점 기준) 기계설비 전시장을 방문한 데 이어 15일에는 묘목을 생산하는 ‘조선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시찰했다. 기계설비 전시장 방문 때는 집권 이후 처음으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양복을 입어 눈길을 끌었으나 이번에는 검은색 인민복 차림이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당 대회 이후 본격적으로 경제 발전에 집중하게 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 대회를 통해 ‘핵·경제 병진 노선’의 한 축인 ‘핵보유국’을 달성한 이상 이제는 핵보다는 경제에 더욱 중점을 둘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당 대회 총화에서 “(경제의)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다”고 직접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상황을 이끌어줄 사상과 이념은 당 대회를 기점으로 도리어 김 주석 시절로 퇴보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당 대회 총화에서 민생과 대외관계 개선에 매진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사상은 ‘주체’, 경제는 ‘자립’, 국방은 ‘자위’, 외교는 ‘자주’ 등 김 주석 시절 구호만 반복했다. 당 대회 때 내놓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그나마 참신한 편이지만 이 역시 1960년대 ‘7개년 계획’과 유사하다.

외교 정책도 ‘쁠럭불가담(비동맹)운동’ ‘정의로운 세계질서 구축’ 등 냉전 시절에나 통할 시대착오적 노선들이다. 김 위원장의 ‘독자 브랜드’인 ‘핵·경제 병진 노선’ 역시 사실은 1960년대 김 주석이 선포한 ‘국방·경제 병진 노선’을 답습한 것이다.

사회주의권이 건재한 데다 중·소 분쟁으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상당히 넓었던 50여년 전 냉전 시절 당시 정책을 그대로 모방·답습하겠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사회주의권 붕괴 후 제한적 개방을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려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색채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김정은 북한’이 극단적 외교 고립 속에 체제 불안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