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혁상] 靑·국회 협력, 이제부터 고비

입력 2016-05-15 19:44

#장면1. 2013월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국회 사랑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및 검찰총장 사퇴 논란으로 정국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를 풀어보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간 회동은 그러나 오히려 정국이 더 틀어진 계기가 돼 버렸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해명,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당연히 어떤 문제에서도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당시 회동은 대통령과 김 대표가 대화 대신 말로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고 한 참석자는 표현했다.

#장면2. 2015년 10월 22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소용돌이 속에서 이뤄진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과 야당은 국정 교과서 문제를 놓고 현격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노동개혁 법안 등에 대해서도 팽팽히 맞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회동을 평가했다.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 사이에 의견을 같이한 것은 딱 한 가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뿐이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여야 지도부 회동은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분위기는 냉랭했고, 합의는 거의 없었다. 야당에선 이럴 바엔 회동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왔다.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은 과거 몇 차례 회동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박 대통령이 4·13총선에서 나타난 민의(民意)를 수용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집권여당의 참패, 여소야대 및 3당 체제에서 박 대통령과 여야의 협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냉랭하게 끝난 과거의 회동과는 다른 기대를 갖게 했다.

일단 첫 회동의 성과는 소통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3당 대표 회동 정례화 등 대화와 협력 시도 부분에선 일단 합격점을 얻은 셈이다. 박 대통령은 필요하면 3당 대표와의 회동을 더 자주 하겠다고도 했다. 경제부총리와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도 조속히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회동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박 대통령이 야당 의견을 들으려고 했다는 점이다. 과거 야당 속 불통(不通) 비난을 받아 왔던 박 대통령이 경청하는 자세로 야당의 건의와 요구에 응답한 것이다.

물론 이번 회동에서 도출된 합의점들이 회동 정례화, 회의체 구성 등 대화를 위한 틀을 마련하는 데 국한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 회동과 협의체의 궁극적 목적이 국정 현안에 대한 합치점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13일 회동에서 확인했듯 민감한 핵심 현안에 대해선 박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인식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노동개혁법 및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법안 처리, 성과연봉제 등 공공개혁, 기업 구조조정, 세월호특별법 개정, 누리과정 예산 등에 대해선 여전히 접점이 없었다.

앞으로 정례화될 회동의 성패는 결국 박 대통령과 야당이 국정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협력의 여지를 찾는 데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선 분기별 한 차례 만남이 아닌 상시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과 야당이 더욱 자주 만나고, 대화를 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제 타협의 정치, 협력의 정치를 위한 발판은 마련됐다. 앞으로 진정으로 민생을 위한 구체적인 성과 도출을 이뤄낼지는 박 대통령과 야당의 몫이다.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